술 마시고 운전한 뒤 음주측정 거부했는데 '무죄', 이유는?
술 마시고 운전한 뒤 음주측정 거부했는데 '무죄', 이유는?

음주운전을 해놓고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해 재판에 넘겨진 청년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유가 뭘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음주운전도 맞고,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한 것도 사실이지만 "음주측정거부죄는 아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운전을 마친 사람에게 경찰이 음주 측정을 요구하려면 '좀 더 엄격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은 운전을 마치고 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사람에게 한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재판부는 '뒤늦게 측정을 시도했다'는 부분을 꼼꼼하게 따졌다. 결국 운전이 끝난 지 꽤 지난 사람에게 음주측정을 강제하려면 '일정한 요건'이 있어야 한다며 "음주측정거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A(27)씨는 지난 2018년 11월 울산광역시의 한 식당에서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승용차를 운전해 2차 자리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술을 마시던 중 식당으로 찾아온 경찰관에 의해 음주 측정을 요구받았다. A씨는 측정을 거부했고,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한 사실'과 '음주 측정을 불응한 사실'을 인정했다.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이 모두 충족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음주측정거부죄는 무죄"라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더 엄밀히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려면 '(대상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이 죄가 성립한다. 재판부는 '운전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를 꼼꼼하게 따졌다.
재판부가 그렇게 한 이유는 A씨가 '음주측정'을 당한 장소가 음식점이라는 데 있었다. 만일 도로 위 검문소에서 음주측정을 요구받고 불응했다면, 이런 검증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하지만 A씨는 운전을 완전히 마치고 식사하던 중 경찰관을 맞닥뜨렸다.
재판부는 A씨의 몸에서 뽑은 피를 바탕으로 '운전 당시'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산했다. 이른바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했다.
울산지방법원(판사 송명철)은 이를 근거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송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차량 운전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처벌기준치인 0.05% 이상이었던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A씨가 음주측정을 받고도 이에 불응한 행위가 구 도로교통법이 정한 음주측정거부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