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깨졌으니 방 빼” 일방 통보…법조계 “구두 약속도 계약, 위법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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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깨졌으니 방 빼” 일방 통보…법조계 “구두 약속도 계약, 위법 소지”

2025. 09. 12 12:4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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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후 신혼집서 쫓겨날 위기…혼수품 소유권·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쟁점 분석

함께 지내던 약혼남이 A씨에게 일방적으로 파혼을 통보하며 "당장 방을 빼라"고 윽박지르고 있다./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일방적 파혼 통보 후 “당장 방 빼”라며 돌변한 약혼자,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일방적 파혼 통보에 이어 “당장 집에서 나가라”며 돌변한 약혼자. 법조계는 구두 약속도 엄연한 계약이라며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에게 파혼과 함께 신혼집 퇴거를 통보 받은 A씨의 사연을 통해 약혼 파기 시 법적 쟁점을 짚어봤다.


‘10월까진 머물러도 좋다’더니…두 달 만에 말 바꾼 약혼남


지난 7월, A씨는 남자친구의 잘못으로 파혼을 결심했다. 두 사람이 함께 살던 신혼집은 남성 명의의 전세였지만, 집을 채운 고가의 가전과 가구는 모두 A씨의 돈으로 마련한 혼수품이었다.


파혼 당시 남성은 “10월까지는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혼수품을 정리할 시간을 주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두 달도 안 돼 물거품이 됐다. 8월 말부터 남성은 돌연 “당장 집에서 나가달라”며 A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새 출발을 준비하던 A씨는 순식간에 보금자리와 재산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돈 문제까지 불거졌다. 혼수품 일부를 남성 명의 카드로 할부 결제하고 A씨가 매달 카드값을 보내줬는데, 남은 2개월치 할부금을 문제 삼은 것이다. A씨가 남은 할부금에 상응하는 가구로 ‘상계 처리’(서로 주고받을 것을 계산해 소멸시키는 것)를 제안했지만, 남성은 “가구는 가구, 돈은 돈”이라며 현금 지급을 고집했다. 사실상 가구와 돈을 모두 차지하려는 속셈이었다.


법원 문 앞 선 파혼 커플, 쟁점은 ‘최초의 약속’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법적으로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은 두 사람이 나눴던 ‘최초의 합의’와 ‘혼수품의 실질적 구매자’가 누구인지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전세 명의가 남성 앞으로 되어 있더라도, 두 사람 사이에 ‘10월까지 거주한다’는 합의가 있었다면 이는 유효한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고 퇴거를 요구하는 것은 계약 당사자 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로, 신의성실의 원칙(법률 관계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야 한다는 법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A씨는 합의한 10월까지 해당 집에 거주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혼수품 소유권 역시 명확했다. 더신사 법무법인 유선종 변호사는 “남성 명의 카드로 결제했더라도, 매달 A씨가 카드 대금을 이체한 금융 거래 내역이 있다면 실질적인 구매자는 A씨”라며 “혼수품 전체에 대한 소유권을 온전히 주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용증명’이 첫 단추…“재산·정신적 피해 모두 배상 가능”


전문가들은 A씨가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대응 절차도 제시했다. 첫 단계는 ‘내용증명’ 우편 발송이다. 내용증명(발송인이 작성한 등본을 우체국이 공적으로 증명하는 제도)을 통해 파혼의 책임이 상대에게 있다는 점, 10월까지 거주하기로 합의한 사실, 혼수품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두는 것이다. 이는 상대를 압박하는 동시에 향후 법적 분쟁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만약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원에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우리 민법 제806조는 약혼 해제에 책임이 있는 상대방에게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파이브스톤즈 법률사무소 김대희 변호사는 “이 소송을 통해 혼수품 마련에 들어간 비용 등 재산상 손해는 물론, 일방적인 약혼 파기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통보로 상처받은 A씨가 자신의 권리를 명확히 알고 차분히 대응한다면, 빼앗길 뻔했던 재산과 무너진 자존심을 모두 되찾을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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