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1000억 먹튀해도 15년?" 15년 벽 깨고 사상 최대 '징역 30년'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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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1000억 먹튀해도 15년?" 15년 벽 깨고 사상 최대 '징역 30년' 철퇴

2025. 12. 04 11:1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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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울리는 조직적 사기

'쪼개기 범행' 꼼수 막혔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백 명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채 수천억 원을 챙긴 '빌라왕'.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며 가정을 파탄 낸 보이스피싱 총책. 이들이 검거되더라도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범죄 수익은 천문학적인데, 정작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국민의 법감정에 한참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이 악용해 온 것은 바로 '피해액 쪼개기'라는 법의 사각지대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꼼수가 통하지 않게 될 전망이다. 서민 다수를 대상으로 한 조직적 사기 범죄의 처벌 상한을 대폭 높이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법의 구멍' 노린 지능적 범죄들

그동안 대한민국의 사기 범죄 처벌 체계에는 딜레마가 있었다. 현행법상 사기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되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중형이 선고된다. 문제는 이 '5억 원'의 기준이 피해자 1인을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기꾼 A가 재력가 한 명에게 6억 원을 사기 치면 특경법이 적용되어 엄벌을 받는다. 반면, 사기꾼 B가 서민 1,000명에게 각각 1억 원씩 총 1,000억 원을 사기 치더라도, 개별 피해액이 5억 원이 안 되기 때문에 특경법이 아닌 일반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됐다.


이 경우 형법상 사기죄의 법정형은 최대 징역 10년이다. 여러 죄를 저질러 가중 처벌을 받더라도 최대 15년(법정형의 2분의 1 가중)을 넘길 수 없었다. 전세사기나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피해자를 수백 명씩 늘리며 '박리다매'식 범죄를 저질러온 배경에는 이러한 법적 공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천억 원을 가로채고도 징역 10~15년만 살고 나오면 된다는 그들의 '범죄 가성비' 계산이 가능했던 이유다.


'징역 15년' 벽 깨졌다… 최대 30년까지

2025년 12월 3일, 법무부는 이러한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한 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일반 사기죄의 형량을 대폭 상향 평준화하여 특경법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있다.


개정된 형법에 따르면 사기죄(제347조), 컴퓨터등사용사기죄(제347조의2), 준사기죄(제348조)의 법정형 상한이 기존 '징역 10년'에서 '징역 20년'으로 두 배 높아졌다. 벌금형 상한 역시 기존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법정 최고형이 20년으로 늘어남에 따라,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경합범(여러 개의 죄를 저지른 경우) 가중 처벌 규정을 적용할 경우, 이론적으로 최대 징역 30년까지 선고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살인죄의 유기징역 상한과 맞먹는 수준으로, 경제 사범에 대한 처벌 수위가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왜 '30년'인가?

이번 개정의 법리적 핵심은 '죄질에 비례한 처벌'의 실현이다. 기존 형법 체계에서 사기죄는 재산 범죄로 분류되어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강력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뤄진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전세사기나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재산 손실을 넘어, 피해자를 자살로 내몰거나 가정 전체를 파괴하는 등 '경제적 살인'에 준하는 피해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어 왔다.


법무부와 국회는 특경법 적용이 어려운 '다중 피해 소액 사기'를 독자적인 중대 범죄로 포섭하기보다, 형법상 사기죄의 기본 형량을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입법 기술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처벌 공백을 메우는 방법이다.


기존에는 피해액이 아무리 커도 '피해자 1인당 5억 원 미만'이라는 조건에 걸리면 판사가 선고할 수 있는 형량이 법적으로 15년에 묶여 있었다. 판사가 피고인을 엄벌하고 싶어도 법이 정한 한계를 넘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그 천장이 30년으로 높아지면서, 재판부는 죄질이 나쁜 조직적 사기범에게 그에 상응하는 중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범죄 수익보다 형량이 무거워야"

이번 개정안 통과로 서민을 울리는 민생 침해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대응 기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사기단이나 보이스피싱 총책 등 범죄를 기획하고 실행한 주범들에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 관계자는 "피해자 한 명 한 명의 피해액은 적을지라도, 전체 피해 규모가 거대하고 불특정 다수의 삶을 파괴하는 조직적 사기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이번 개정으로 범죄 수익보다 치러야 할 죗값이 훨씬 크다는 인식이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높아진 법정형을 바탕으로 양형 기준이 어떻게 재정립될지, 그리고 실제 법정에서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판결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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