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경비 중 술판·낚시 해경, 법원도 '정직' 철퇴
해상경비 중 술판·낚시 해경, 법원도 '정직' 철퇴
법원 "해양주권 수호 임무 망각, 근무기강 해이 심각"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
해상 경비 임무 중 술판을 벌이고 오징어 낚시까지 즐긴 해양경찰 간부에게 내려진 정직 2개월 징계는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해경 간부 A씨가 해양경찰청을 상대로 낸 정직 2개월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비함정을 '선상 주점'으로 전락시킨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취지다.
경비함이 '선상 횟집'으로…국가 예산으로 차린 술상
A씨의 비위는 대담했다. 그는 2022년 5월부터 8월 사이, 동해 경비함정에서 근무하며 저녁 식사 시간을 틈타 상습적으로 술판을 벌였다. 심지어 경비함 위에서 오징어 낚시를 즐기는 여유까지 보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술을 마련한 방식이다. A씨는 승조원들의 급식비로 사용할 예산을 빼돌려 몰래 주류를 구입, 함정으로 반입했다. 이는 국가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명백한 위법 행위다.
감찰 시작되자 '입단속'…조직적 은폐 시도
그의 일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부 감찰이 시작돼 비위 사실이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A씨는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시도했다. 그는 조리장 등 부하 직원들에게 "주류 반입 경위에 대해 허위로 진술하라"고 지시했다.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부하 직원들에게 거짓말까지 강요하며 지휘관으로서의 책임을 내팽개친 것이다.
중국 어선이 건넨 '뇌물성 어획물' 묵인까지
A씨의 근무 기강 해이는 다른 사건에서도 확인됐다. 같은 해 4월, 중국 어선을 검문하는 과정에서 승조원들이 중국 선원으로부터 홍어 등 어획물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직무 관련성이 있는 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뇌물죄로까지 번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제지하거나 보고하지 않고 묵인했다.
땅에 떨어진 해경의 명예…'성실·품위유지 의무' 정면 위반
A씨의 충격적인 비위는 언론을 통해 28차례나 보도되며 해양경찰 조직 전체의 명예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해양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는 2023년 1월, A씨의 행위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판단,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징계가 과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일침 "국민 신뢰 훼손, 징계는 당연"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해양경찰 공무원은 해양주권을 수호하고 해양 안전과 치안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진다"며 "특히 경비함정 근무자는 각종 상황에 신속히 대처해야 하므로 더욱 높은 수준의 책임감과 엄격한 근무기강이 요구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는 음주, 낚시 등 일탈행위를 넘어 예산을 유용하고 허위 진술까지 지시했다"며 "이는 의무위반의 정도가 심하고 단순 실수가 아닌 중과실(무거운 과실)에 해당한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징계로 달성하려는 '해양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라는 공익이 A씨가 입을 불이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공무원의 비위 행위가 조직 전체의 신뢰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그리고 그 책임을 법원이 얼마나 무겁게 보는지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