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술 받다 죽을 뻔했는데 또 그 병원 가라고요?"…대형 로펌 앞세운 병원의 '갑질 합의
"재수술 받다 죽을 뻔했는데 또 그 병원 가라고요?"…대형 로펌 앞세운 병원의 '갑질 합의
패혈증 환자에 '우리 병원 재수술' 강요… 패혈증 겪은 환자의 절규

성형수술 과실로 패혈증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온 환자 A씨에게 병원측은 "우리 병원에서 재술 받지 않으면 어떤 보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병원 과실인데 왜 환자가 끌려가나"…대형 로펌 앞세운 병원의 '이상한 합의'
미용 효과를 기대했던 복부 성형수술은 환자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갔다. 세균 감염으로 패혈증을 앓고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환자 A씨에게, 수술을 집도했던 병원이 내민 것은 사과가 아닌 '대형 로펌'의 이름이 적힌 통보서였다. 병원은 '우리 병원에서 재수술을 받지 않으면 어떠한 보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악몽이 된 수술대…과실 인정했던 병원의 돌변
A씨는 처진 뱃살을 정리하고 자신감을 되찾고 싶다는 A씨의 평범한 바람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수술대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수술 부위는 검게 썩어 들어갔고(괴사), 온몸에 세균이 퍼져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는 급성 패혈증 진단이 내려졌다. A씨는 곧장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 두 달 가까이 생사의 기로를 헤맸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병원은 과실을 인정하며 대학병원 치료비 전액을 대납했다. 하지만 A씨가 퇴원해 망가진 복부의 재건을 논의하려 하자, 병원의 얼굴은 180도 바뀌었다. 병원은 자신들의 병원에서 재수술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A씨와 가족은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A씨가 다른 병원에서 안전하게 재수술 받을 비용과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자, 병원은 대형 로펌을 선임해 "우리 병원 재수술이 아니면 합의는 없다"고 통보해왔다.
"입 다물고 재수술 포기하라"…환자 옭아매는 '족쇄 합의서'
병원이 제시한 합의서에는 '온라인·오프라인에 이번 사건 관련 글 작성 금지', '합의 후 추가 진료 불가' 등 환자의 입을 막고 미래의 권리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독소 조항'이 가득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병원이 제시한 합의서가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세담 한정미 변호사는 "의료과실을 일으킨 병원을 신뢰하지 못하고 다른 병원 진료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시술 병원에서만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환자의 병원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 역시 "온라인 글 작성 금지 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합의 후 추가 진료 불가 조항은 환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로펌은 '압박' 아닌 '자백'…전문가들 "소송으로 맞서야"
전문가들은 병원의 대형 로펌 선임이 압박 수단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환자에게 유리한 신호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마스트 이서원 변호사는 "병원이 대형 로펌을 선임한 것은 스스로 사건의 심각성과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협박에 위축되지 말고 즉시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타 병원 재수술 비용, 향후 치료비, 영구 흉터에 대한 위자료(정신적 손해배상) 등을 종합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스스로 과실을 인정한 전력이 있는 만큼, 소송에서 환자의 입증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히 망가진 복부를 되돌리는 것을 넘어, 의료과실로 무너진 환자의 신뢰와 존엄을 회복하는 싸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