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칼 안 들었다" 번복했지만…확정된 특수폭행, 재심으로 뒤집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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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칼 안 들었다" 번복했지만…확정된 특수폭행, 재심으로 뒤집을 수 있나?

2026. 08. 18 14:5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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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9개월 확정 후 집행유예 실효 위기…'진술 번복'만으론 부족, '새로운 명백한 증거'가 관건

특수폭행으로 복역한 A씨가 피해자의 진술 번복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 AI 생성 이미지

친구와의 다툼 끝에 특수폭행 등 혐의로 징역 9개월을 선고받고 최근 만기 출소한 A씨. 유죄의 결정적 증거는 피해자 B씨의 '칼로 위협당했다'는 진술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 B씨는 자신의 초기 진술에 모순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미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돼 죗값을 치렀지만, A씨는 이로 인해 과거 다른 범죄로 선고받았던 집행유예까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던 재판, A씨는 억울함을 풀고 집행유예 실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칼 위협' 진술 하나로 징역 9개월…뒤늦게 "진술 모순됐다"는 피해자


사건은 A씨가 집행유예 기간 중 친구들과 다투면서 벌어졌다. A씨는 당시 폭행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칼과 같은 위험한 물건으로 위협하거나 때린 사실(특수폭행·특수협박)은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 피해자 B씨는 A씨가 칼로 위협하며 뺨을 때렸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 진술이 결정적 증거가 되어 A씨는 특수폭행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에서 B씨와 합의해 징역 9개월로 감형됐지만, 대법원 상고까지 기각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결국 구속만기로 출소했다.


문제는 B씨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B씨는 영장실질심사 단계부터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고, 최근에는 A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며 본인의 초기 진술에 모순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상고 기각 후 무죄 주장하려면 '재심'뿐…변호사들 "매우 엄격한 요건 필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확정된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주장할 방법은 '재심'이 유일하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재심의 문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는 "이미 상고까지 기각되어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서 이를 다시 다투는 유일한 법적 절차는 재심청구"라며 "재심이 받아들여지려면 법률상 매우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한다. A씨 사건에서 검토할 수 있는 조항은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또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이 허위임이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등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고 제3자의 개입으로 허위 진술을 강요받았다는 정황이 구체적 증거로 입증된다면 재심 사유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이미 확정된 판결을 뒤집는 것은 법리적으로 매우 엄격한 요건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진술 번복, '새로운 명백한 증거' 될까?


가장 큰 쟁점은 피해자의 바뀐 진술이 재심을 열 수 있는 '새롭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피해자의 뒤늦은 진술 수정이나 선처 탄원만으로 확정판결을 뒤집기는 매우 어렵다"며 "단순한 진술 번복은 원칙적으로 허위증언이 확정판결로 증명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피해자의 사실확인서나 탄원서만으로는 재심 사유로 부족하다고 본 판례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로웰 김훈희 변호사 역시 "피해자가 단순히 '선처해 주고 싶다'거나 기존 진술을 번복하는 것만으로 재심이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핵심은 '폭행 당시 칼을 들었는지'에 관한 유죄 증거를 뒤집을 '새로운 명백한 증거'가 있는지라는 것이다.


결국 진술 번복이 재심 사유가 되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필수적이다. 법무법인 도아 오수비 변호사는 "당시 통화기록·차량 위치·현장 사진·CCTV·메신저 내용 등 객관자료가 함께 있으면 진술 신빙성을 탄핵하는 자료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심과 별개로 다가온 '집행유예 실효' 위기


A씨가 서둘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집행유예 실효' 문제다. 형법 제63조에 따라 집행유예 기간 중 고의로 저지른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기존 집행유예 선고는 법률상 당연히 효력을 잃는다.


편율 법률사무소 신상의 변호사는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실형이 확정되면 집행유예는 법률상 당연히 효력을 잃는다"며 "특수폭행 당시 흉기 소지 여부를 다투더라도 함께 병합된 다른 혐의에 대한 실형이 유지된다면 실효를 막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결국 재심을 통해 유죄 판결 자체를 무죄나 벌금형, 혹은 집행유예로 바꾸지 않는 한, A씨는 과거에 유예받았던 형까지 모두 살아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재심은 기존 기록을 다시 평가해 달라는 절차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판결문, 증거목록과 피해자의 각 진술 원문을 대조해 재심사유와 집행정지 가능성을 즉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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