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가족 태우고 바다로…혼자 살아남은 49세 가장에게 내려질 처벌
생활고에 가족 태우고 바다로…혼자 살아남은 49세 가장에게 내려질 처벌
1억 6천만 원 빚에 시달린 건설근로자, 수면제 먹인 뒤 진도항서 승용차로 바다 돌진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해 처자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지모(49) 씨가 4일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40대 가장이 가족 3명과 함께 승용차로 바다에 돌진했다. 이로 인해 처자식은 숨졌고 가장은 구속됐다. 바다에 돌진한 이유는 생활고 때문이었다.
40대 가장에게는 법의 엄중한 심판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녀들에겐 명백한 살인죄가, 아내에겐 살인 또는 자살방조(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도운 행위)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범행 동기인 '생활고'가 형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계획범죄' 여부가 형량을 어떻게 가를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절망 끝의 선택, 홀로 살아남은 가장
지난 1일 새벽, 전남 진도항에서 49세 건설현장 근로자 지모 씨가 아내와 고등학생 두 아들을 태운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아내와 고등학생인 두 아들은 숨졌고, 지 씨는 홀로 차에서 탈출했다. 범행 전 지 씨는 가족들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 씨는 현장에서 도주했다가 약 44시간 만에 광주에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지 씨는 1억 6천만 원에 달하는 빚과 아내의 건강 문제 등으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진술했다. 광주지법은 4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생활고' 주장, 감경으로 이어질까?
지 씨가 주장하는 '생활고'가 실제 형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법원은 경제적 어려움을 양형에 있어 일부 참작하기도 한다. 살인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범행 동기가 특히 참작할 만한 사유에 해당하면 '제1유형(참작동기 살인)'으로 분류돼 기본 형량이 4년에서 6년으로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울산지방법원은 2024년, 아내의 투병으로 빚을 지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아내를 살해한 남편에게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 등을 참작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한 바 있다(2024고합123 판결). 또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2021년,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동거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에서 "범행동기에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다(2021고합61 판결).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상참작의 영역이며, 생활고 자체가 법률상 감경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법원은 생활고를 이유로 자녀 등 가족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대구고등법원은 2020년 비슷한 사건(2020노348 판결)에서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자신이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가족을 살해하는 것은 가족을 별개의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1심의 징역 12년보다 무거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따라서 지 씨의 경우 생활고가 일부 고려될 수는 있겠으나, 자녀들을 살해한 행위의 중대성을 넘어서는 감경 사유로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계획범죄' 여부, 형량 가르는 핵심 변수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계획범죄' 여부다. 범행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됐는지, 아니면 우발적으로 발생했는지에 따라 형량은 크게 달라진다.
살인죄 양형기준은 '계획적 살인 범행'을 형량을 무겁게 하는 특별가중요소로 본다. 계획적 살인은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거나 범행 방법을 사전에 구상한 경우 등이 해당하며, 인정될 경우 징역 15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가중영역에 해당한다.
수원고등법원은 2024년, 청테이프를 미리 구입한 점 등을 근거로 계획적 살인을 인정했으며(2024노247 판결),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는 2023년 계획적 살인에 징역 12년을 선고한 바 있다(2023노214 판결).
반면, 우발적 살인은 사전 계획 없이 순간적인 감정이나 상황에 의해 발생한 경우로,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지 씨의 경우, △범행 전 가족들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인 점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뛰어드는 구체적인 방법을 선택한 점 △혼자만 차에서 탈출한 후 도주한 점 등은 범행이 우발적이라기보다는 계획적으로 이루어졌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따라서 양형기준상 특별가중요소인 '계획적 살인 범행'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 씨, 중형 가능성 높아
지 씨에게 적용될 핵심 혐의는 두 아들에 대한 형법 제250조 제1항의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아내에 대해서는 살인죄 또는 형법 제252조 제2항의 자살방조죄(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가 검토될 수 있으나, 수면제 사용 정황상 살인죄 적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언급된 '계획적 살인 범행'이라는 가중 요소와 더불어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수면제를 복용한 가족) △다수의 피해자(3명)라는 점도 형량을 높이는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지 씨는 생활고라는 동기가 일부 참작될 여지는 있으나, 계획적 살인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최소 10년 이상의 중형, 나아가 그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지 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은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