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 나와 믿고 계약했는데…" 보증금 날릴 위기 세입자, 중개사에 손해배상 청구 가능
"예능에 나와 믿고 계약했는데…" 보증금 날릴 위기 세입자, 중개사에 손해배상 청구 가능
유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공인중개사 믿고 계약한 세입자들, 전세보증금 떼일 위기
건물 '전체'에 잡힌 담보 아닌 '일부'에 잡힌 담보만 알린 것으로 드러나
변호사들 "공인중개사법상 설명의무 다하지 않은 것, 손해배상책임 물을 수 있어"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한 공인중개사가 중개한 오피스텔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중개사 A씨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변호사들 의견은 달랐다./ 네이버 지도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절대 사고 없는 건물만을 중개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TV 모 프로그램 출연!"
유명 '집 구하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한 공인중개사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부산의 사회초년생 약 70명이 총 70억원의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이들에게 세를 놓은 집주인이 잠적하면서 건물 전체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세입자 중 많은 이들은 문제의 공인중개사 A씨를 믿고 전세 계약을 맺었다. 세입자들은 A씨가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 위험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건물엔 5~7층은 21억원, 나머지 층엔 67억원의 담보가 각각 잡혀있다. 그런데 5~7층 세입자들은 21억원의 '일부' 담보에 대해서만 안내받았을 뿐, 나머지 담보에 대해선 몰랐다고 한다.
"이런 위험을 적극적으로 조언하는 게 공인중개사 아니냐"는 비판이 거센데도, 정작 A씨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정말 A씨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걸까?
중개사 A씨는 "중개할 때 경매가 진행 중이었다면 잘못이 맞는데, 중개 당시는 정상이었다"며 "(문제가 없어) 전세대출까지 나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무법인 로베이스의 최승준 변호사는 "A씨의 주장과 달리 (중개사의) 책임이 인정될 것"으로 분석했다. 대법원 판결이 그 근거였다.
지난 2012년 대법원은 "중개업자는 임대차계약을 중개할 때 임차의뢰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권리관계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임차의뢰인에게 부동산 등기부상에 표시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설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에 따르면, 중개사 A씨는 세입자 보증금 반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건물의 담보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5~7층 세입자들은 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중개사 A씨는 공인중개사법에서 정한 설명의무(제25조)를 위반한 것이 된다. 이를 게을리한 경우엔 공인중개사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제30조).
실제로 로톡뉴스가 해당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5~7층 세입자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었다. 60억원대 담보 저당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4층의 등본과는 달리, 5층의 경우 일부에 불과한 21억원의 부채만 확인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5~7층 세입자들은 알고 있던 것보다 건물 부채가 더 많았던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등기부등본 열람만으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세입자들로선 공인중개사가 별도로 설명을 해주지 않는 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던 셈이다. 덧붙여 세입자들은 "중개사 A씨가 '집주인이 자산도 많고, 이 정도 건물에 담보 설정 안 돼 있는 곳이 드물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위험성을 고지했어야 하는 중개사가, 도리어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세입자를 안심시켰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A씨가 법정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변호사들은 봤다. 최승준 변호사는 "해당 건물의 70여개의 오피스텔 호실 보증금을 모두 합쳤을 때, 해당 건물의 근저당권 총액 약 88억원(67억원+21억원)과 비슷하거나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세입자에게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며 "(잘못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건 설명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최 변호사는 말했다.
법률사무소 나란의 서지원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A씨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어 보인다"며 "만약, 5~7층이 아닌 다른 층의 오피스텔도 중개했다면 해당 건물 전체의 채무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설명 없이 건물을 중개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서 변호사는 분석했다.
이러한 근거에서 "세입자들이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률 자문

우리 법은 전입신고⋅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 최승준 변호사는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을 중개사인 A씨가 배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지원 변호사도 "관련 세입자들이 모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경매에 대비해 법원에 배당요구를 하고 △집주인을 상대로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집주인의 다른 재산을 조회해 압류 절차를 진행할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전액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개업자의 잘못된 정보로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지 못한 사안에서 법원은 세입자의 책임도 있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중개업자도 임차인에게 잘 설명할 의무가 있지만 거래 당사자도 제대로 확인했어야 한다며, 중개사의 책임을 일부만 인정했다.
이와 달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본 변호사도 있다.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심지연 변호사는 "집주인의 재산을 부풀리거나, 재정 능력을 설명할 때 적극적으로 속인 경우가 아니라면 중개사 A씨의 법적책임이 인정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심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봤을 때) 중개한 호실의 층에 잡힌 담보를 설명한 이상 A씨에게 법적책임을 묻긴 어려워 보인다"며 "전체 건물에 대한 담보는 해당 호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엔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