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밥값 내려고 카드 게임 했다가 도박죄 기소…법원 '일시오락' 무죄
[무죄] 밥값 내려고 카드 게임 했다가 도박죄 기소…법원 '일시오락' 무죄
고교 동창과 식사비 마련 목적 카드게임
검찰 "도박" vs 법원 "일시오락" 엇갈린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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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오랜 친구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밥값을 누가 낼지 정하기 위해 카드게임을 하는 풍경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소한 내기가 법정 다툼으로 번져 형사 처벌의 위기까지 몰린다면 어떨까.
실제로 광주의 한 식당에서 친구들과 '훌라' 게임을 즐기던 50대가 도박 혐의로 기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은 이를 명백한 범죄로 봤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며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다. 단순한 게임과 범죄 사이, 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밥값 9만 원 모으려다 법정에 선 고교 동창들
사건은 지난 2025년 4월 10일 저녁, 광주 서구의 한 식당에서 발생했다.
피고인 A씨는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포커카드를 꺼냈다. 이들은 식당에서 약 1시간 동안 52장의 카드를 이용해 숫자와 무늬를 맞추는 일명 '훌라' 게임을 진행했다.
게임 방식은 단순했다. 기본 판돈을 걸고 게임을 시작해 카드를 먼저 털어내는 사람이 승자가 되어 돈을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검찰은 이들이 약 50회에 걸쳐 게임을 지속했고, 이를 도박 행위로 판단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자칫하면 친구들과의 저녁 자리가 전과 기록으로 남을 수 있는 위기였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억울한 사정이 있었다. A씨와 함께 게임을 즐긴 이들은 모두 고등학교 동창 사이였다.
수십 년간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온 '절친'들이었고, 동창회 이사를 맡을 정도로 관계가 각별했다.
특히 이들이 카드를 잡은 목적은 '도박'이 아닌 '식사비 마련'에 있었다.
이들은 식사비 약 9만 원을 계산하기 위해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에서 이긴 사람이 딴 돈에서 2,000원씩을 적립해 밥값을 충당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던 것이다.
"도박 아닌 일시오락"... 법원이 주목한 4가지 결정적 이유
재판의 쟁점은 A씨 일행의 행위가 형법상 처벌 대상인 '도박'인지, 아니면 처벌 예외 사유인 '일시오락'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횟수가 50회에 달하고 판돈이 오갔다는 점을 들어 유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광주지방법원 형사단독 재판부는 이러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뒤집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도박 행위 자체는 있었으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의 근거로 네 가지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제시했다.
첫째, 게임 참여자들의 관계다. 피고인과 일행은 고교 동창으로서 수십 년간 교류해 온 막역한 사이라는 점이 참작됐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돈을 따기 위해 모인 전문 도박판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둘째, 게임의 목적이 명확했다. 이들은 9만 원 상당의 식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승자가 일정 금액을 적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셋째, 참여자들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이다.
이들은 모두 직업이 있거나 퇴직 후 연금 소득으로 생활하는 등 안정적인 경제력을 갖추고 있어, 판돈이 생계를 위협할 수준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판돈의 규모를 살폈다.
당시 확인된 판돈의 총액은 29만 3,000원이었다. 법원은 참여자들의 소득 수준과 식사비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정도 금액은 도박이라기보다는 잠깐의 즐거움을 위한 '일시오락'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공소사실 기재 도박은 일시오락에 불과하다"고 결론 내렸다.
[참고] 광주지방법원 2025고정542 판결문 (2025. 11. 5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