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연락 끊었으니 ‘구하라법’ 적용?…오빠의 상속 독점, 법적으로 따져보니
15년 연락 끊었으니 ‘구하라법’ 적용?…오빠의 상속 독점, 법적으로 따져보니
15년간 연락 끊었다고 상속 자격 없다?
변호사들 "기여분 100% 인정 어려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난 15년간 부모님 곁을 지킨 건 나다. 너는 부모를 버린 자식이니 상속 자격이 없다."
어머니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딸 A씨에게 돌아온 건 오빠의 독설이었다. 오빠는 어머니 명의의 아파트를 100% 자신이 갖겠다고 통보하며, 최근 통과된 '구하라법'을 언급했다. A씨가 가족과 연을 끊고 살았으니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오빠의 주장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병간호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전 재산을 가져갈 수 없으며, A씨의 상황은 상속권 상실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가족 갈등으로 번진 상속 분쟁 사연이 소개됐다.
"병원 모시고 용돈 드렸다"... 그것만으로는 특별한 기여 안 돼
사연에 따르면 A씨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오빠의 차별을 견디다 못해 15년 전 독립했다.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오빠는 "15년 동안 부모님을 모셨고, 2년 전부터는 병간호까지 도맡았다"며 어머니의 아파트를 단독 상속하겠다고 주장했다. 아버지 역시 오빠의 편을 들며 A씨에게 상속 포기를 종용했다.
오빠가 주장하는 법적 근거는 '기여분'이다. 기여분이란 공동상속인 중 고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사람에게 더 많은 몫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신진희 변호사는 오빠의 주장이 법원에서 인정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신 변호사는 "법원은 기여분을 쉽게 인정해 주지 않는다"며 "자녀로서 부모님을 찾아뵙고, 용돈을 드리고, 병원에 모시고 가는 정도는 자녀의 당연한 도리로 본다"고 설명했다.
기여분이 인정되려면 직업을 포기하고 수년간 간병에 매달리거나, 자신의 돈으로 부모의 빚을 갚는 등 특별한 희생이 입증되어야 한다. 신 변호사는 "오빠가 부모님 집에서 같이 생활하며 소정의 생활비를 준 정도라면 큰 기여라 보기 어렵고, 병원 간호 기간도 2년으로 길지 않아 기여분 100% 인정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락 끊고 살면 '구하라법' 적용? "부양의무 위반 아니다"
오빠가 A씨를 압박하며 언급한 '구하라법(민법 제1004조의 2)' 적용 여부도 쟁점이 됐다. 이 법은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가정법원의 선고로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오빠는 A씨가 15년간 가족과 연락을 끊은 것을 문제 삼았지만, 전문가는 이 법이 적용될 상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신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부양의무는 피상속인(어머니)이 자녀를 돌보지 않았을 때 문제 되는 것이지, 자녀인 A씨가 부모와 연락을 끊은 것을 두고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A씨가 집을 떠나 독립적으로 생활한 것이 상속 자격을 박탈할 만한 사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몰래 등기 이전하면 '원인 무효'... 어머니 녹음도 증거 된다
A씨는 아버지와 오빠가 서류를 위조해 아파트를 오빠 명의로 돌려버릴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상속 재산을 한 사람 명의로 하려면 상속인 전원의 동의와 인감증명서가 필요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있어야 한다.
신 변호사는 "만약 A씨 동의 없이 명의가 변경됐다면 협의서가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등기는 원인 무효가 되며, 소송을 통해 재산을 되돌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단,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침해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한편, 어머니가 생전에 "네 몫을 꼭 챙겨주고 싶다"고 남긴 음성 녹음이나 편지도 법적 효력이 있을까. 신 변호사는 "유언의 법적 형식을 갖추지 못해 유언장으로서의 효력은 없을 수 있지만, 어머니가 A씨에게도 상속을 원했다는 강력한 의사 증거로는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