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위반으로 무단횡단 보행자 치어 사망…그런데 왜 무죄?
속도 위반으로 무단횡단 보행자 치어 사망…그런데 왜 무죄?
시속 8km 초과 무단횡단 보행자 사망 사건⋯무죄 선고
재판부 "어두운 색 옷…속도 준수했어도 사고 피하기 힘들었을 것"

제한속도를 초과한 상태로 운행하다가 무단횡단 보행자를 치어 사망하게 한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밤길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A씨. 이로 인해 A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 받았다.
제한속도 위반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는데도 법원이 형사처벌을 면해 주는 판결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20년 12월 저녁 무렵. A씨는 충북 청주의 한 도로에서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상·하의 모두 어두운 옷을 입은 B씨가 무단횡단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급히 속력을 줄이며 옆 차선으로 이동한 A씨.
당시 A씨는 도로 제한속도(60km/h)를 8㎞/h 정도 초과한 상태로 운행 중이었으며 앞 차량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있던 상황. 그는 B씨와의 거리가 약 11m였을 때 사태를 파악했지만 사고를 막기에는 늦었다. A씨의 차에 치인 B씨는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당일 사망했다.
이후 법정에 선 A씨. 검찰은 그가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2일, 법원에 따르면 A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을 맡은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호동 부장판사는 "피해자 B씨는 위·아래 어두운 옷을 입은 채 신호가 적색으로 바뀐 후에 횡단보도에 진입했다"며 "B씨의 옷 색상과 피고인 A씨의 시야가 앞 차량에 의해 제한됐던 사정을 볼 때 A씨가 속도를 준수했어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 부장판사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해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을 정도의 주의 의무를 다하면 족하다"며 "이례적인 사태 발생까지 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난 2020년 2월 대법원도 '검은색 옷 무단횡단 사망' 재판에서 사고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야간에 왕복 6차선 대로를 무단횡단하던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A씨가 "전방주시 의무를 위반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며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어졌다. 사건 당시 검정색 계통의 옷을 입고 무단횡단을 하던 피해자를 운전자가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을 확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