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잃은 싱크홀 사고, 남편이 가해자?…운전자에게 죄 물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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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잃은 싱크홀 사고, 남편이 가해자?…운전자에게 죄 물을 수 있나

2025. 09. 25 15:02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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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위험, 운전자 과실 묻기 어려워

배상은 도로관리청 책임

2024년 8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땅 꺼짐 사고로 승용차가 빠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연희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조수석에 탄 아내를 잃은 80대 남편 A씨. A씨는 경찰로부터 '가해자'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아내를 숨지게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였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사고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죄를 묻는 건 과도하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처벌을 피했지만, 아내를 잃은 것도 모자라 한순간에 피의자가 됐던 A씨의 사연은 우리에게 1가지 질문을 던진다. 도로가 갑자기 꺼지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운전자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법원 "예측 불가능한 위험까지 대비할 의무는 없다"

싱크홀 사고의 책임을 운전자에게 묻는 것은 법리적으로 무리다. 교통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하려면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은 물론, 사고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모두 인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싱크홀은 사전 징후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운전자가 통상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위험 범위를 벗어난다. 법원 판례 역시 자동차 운전자는 "예견 가능한 돌발 상황"에 대비할 의무는 있지만, "예견할 수 없는 돌발적 위험까지 모두 예상할 의무는 없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고단894 판결).


또한 '신뢰의 원칙'도 운전자의 편에 선다. 신뢰의 원칙이란, 운전자가 다른 차량이나 도로 상황이 정상적일 것이라고 신뢰하고 운전하는 것이 당연하며, 이 신뢰가 깨지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법리다.


즉, 운전자는 도로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운전할 권리가 있으며, 땅이 꺼질 것까지 예상하며 운전할 의무는 없다.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이러한 법리에 근거한 결정으로 보인다.


피해자 가족, 배상은 누구에게?

그렇다면 남겨진 피해자 가족은 누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배상을 받아야 할까. 1차적인 책임은 도로를 관리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도로는 '공공의 영조물'에 해당한다.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은 도로와 같은 공공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싱크홀 발생 자체가 도로의 관리상 하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싱크홀의 발생 원인에 따라 책임 주체는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지하 상·하수도관 파손이나 지하철 공사 등이 원인이었다면 해당 시설의 관리 주체나 공사를 진행한 건설업체 등에게도 공동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결국 피해자 가족이 정당한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싱크홀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도로가 무너져 내린 비극 앞에서 운전자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안전한 도로를 유지해야 할 관리 주체의 책임을 엄격히 따지는 것이 법의 정의에 부합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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