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꿈이 악몽으로…입주 지연에 계약 깼지만, 법원 "대출금은 갚아야"
내 집 마련 꿈이 악몽으로…입주 지연에 계약 깼지만, 법원 "대출금은 갚아야"
분양계약 해제돼도 대출계약은 별개
시행사 귀책사유 인정돼 위약금은 지급 판결

입주 지연으로 분양 계약 해제는 정당하더라도, 중도금 대출은 그대로 갚아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셔터스톡
새 아파트 입주를 꿈꾸던 A씨와 B씨. 하지만 건설사의 공사 지연으로 입주 예정일이 3개월 넘게 밀리자 결국 분양 계약을 해제했다. 시행사의 잘못이 명백했기에 계약금과 중도금은 물론 위약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예상과 달랐다.
법원은 시행사가 위약금은 지급해야 한다면서도, A씨 등이 은행에서 빌린 중도금 대출은 고스란히 갚아야 할 빚으로 남는다고 판결했다.
"입주 3개월 지연, 명백한 해지 사유" 시행사 책임 인정한 법원
서울고등법원 민사5-2부(재판장 김대현)는 A씨와 B씨가 시행사 C사와 신탁사 D사, 대출 금융기관 E사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반환 소송에서 "시행사와 신탁사는 연대하여 A씨에게 1억 6227만 원, B씨에게 6990만 원의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입주할 수 없게 된 것은 시행사의 귀책사유"라며 A씨 등의 계약 해제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시행사의 잘못으로 계약이 깨졌으니 총 분양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물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중도금 대출의 덫…발목 잡은 채권양도계약
문제는 A씨 등이 이미 낸 계약금과 중도금이었다. 법원은 이 돈을 시행사로부터 직접 돌려받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A씨 등이 중도금 대출을 받으며 은행 E사와 맺은 '채권양도계약' 때문이다. 이는 대출의 담보로, '나중에 계약이 해제될 경우 시행사로부터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권리(분양대금 반환채권)'를 은행에 넘긴다는 계약이다.
재판부는 "채권양도담보 계약에 따라 분양대금 반환채권은 외부적으로 금융기관인 E사에 모두 양도됐다"며 "따라서 채권의 원래 주인인 A씨 등은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내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이미 은행에 넘어갔으니, 돈을 달라고 할 자격 자체가 없다는 의미다.
계약 깨져도 빚은 그대로
A씨 등은 "주된 계약인 분양계약이 해제됐으니, 이에 따라 발생한 대출계약도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분양계약과 중도금 대출약정은 별개의 계약"이라고 명확히 했다.
분양계약은 수분양자와 시행사 간의 계약이고, 대출계약은 수분양자와 은행 간의 계약이므로, 어느 한쪽이 깨졌다고 해서 다른 쪽이 자동으로 효력을 잃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결국 A씨 등은 입주하지도 못할 아파트 때문에 빌린 수억 원의 중도금 대출 원리금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위약금은 전액 지급해야"
한편, 시행사 측은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수분양자를 대신해 중도금 대출 이자를 내줬으니, 이 금액을 위약금에서 빼야 한다(상계)"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분양계약서 제3조를 면밀히 살핀 뒤 "계약서상 대납 이자는 '반환할 분양대금'에서 공제하도록 되어 있을 뿐, '지급할 위약금'에서 공제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위약금은 공제 대상으로 삼지 않기로 약정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행사는 대납 이자와 상관없이 위약금 전액을 A씨 등에게 지급하게 됐다.
[참고] 서울고등법원 2025나206541 판결문 (2025. 7. 24.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