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매수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집을 파는 행위 불법일까?
집주인이 매수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집을 파는 행위 불법일까?
'셀러 파이낸싱'의 아슬아슬한 법적 줄타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부족한 잔금을 빌려주는 셀러 파이낸싱이 부동산 시장에서 새로운 거래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출 규제 등으로 현금 융통이 어려워진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거래 방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매도인(집주인)이 매수인에게 직접 자금을 빌려주고, 매수인은 일정 기간 나누어 갚는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유된 사례를 보면 그 구조는 이렇다. 30억짜리 아파트를 사려는데 매수자 현금이 5억 부족하다. 이때 매도인이 5억을 빌려주는 대신, 해당 아파트에 매도인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한다.
상환 기간은 보통 3~6개월로 짧게 설정하며, 연이율은 10~15% 수준으로 합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가 30억 가까운 금액에 팔리는 과정에서도 잔금 납부를 미루는 대신 매도자와 합의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 동원됐다.
그렇다면 집주인이 은행처럼 이자를 챙기는 이 거래는 불법 사금융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쩌다 한 번은 합법이다.
은행 대신 집주인이 대출⋯1회성 거래는 합법적 '연불매매'
법적으로 셀러 파이낸싱은 매매대금을 나누어 내는 '연불매매'의 일종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연불조건으로 분할 지급받는 이자에 대해 "매매대금 자체가 아니라,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금융을 제공한 데 대한 대가 성격"이라고 판시했다(대법원 97누14972).
즉, 금전을 별도로 대여하는 소비대차가 아니라, 당사자 간 매매계약 대금 지급 방법을 자유롭게 정한 정상적인 거래로 존중된다는 뜻이다.
선 넘으면 '불법 대부업'⋯징역 10년 철퇴
문제는 이 선을 넘을 때 발생한다. 1회성 거래가 아니라, 여러 부동산을 반복적으로 매각하며 자금을 융통해준다면 법적 성격이 달라진다.
대부업법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금전을 대부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을 대부업으로 규정한다. 등록 없이 이런 행위를 반복할 경우, 무등록 대부업으로 간주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자제한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위법 뇌관이자 사각지대다. 이 거래가 정상적인 연불매매로 인정되면 금전대차가 아니므로,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인 연 20% 상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매수인은 매도인이 부르는 게 값인 초고금리를 꼼짝없이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세금 폭탄 떨어지는 지뢰밭⋯법적 검토 필수
인터넷 글 몇 줄에 의존해 함부로 뛰어들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 구조가 복잡해 서류 하나만 누락되어도 증여로 간주되어 세금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
매도인 역시 잔금을 전부 받기 전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넘겨주었다가 매수인이 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계약해제를 통한 부동산 회수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다.
제도권 은행과 달리 최소한의 표준화된 보호 장치가 없는 시장이다. 철저한 법률적 검토 없이 뛰어드는 셀러 파이낸싱은 내 집 마련 기회가 아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