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모는 자녀까지 이혼시키지 않는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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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부모는 자녀까지 이혼시키지 않는다 (1)

2021. 04. 12 15:42 작성2021. 04. 12 19:48 수정
임수희 부장판사의 썸네일 이미지
sooheelim@scour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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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녀를 둔 부모가 협의이혼을 하려면 반드시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 양육사항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황당하군!'

어떤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재판상이혼을 하러 왔는데, 양육사항에 관해서는 합의를 했다면서 낸 서면을 보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 젊은 부부는 만 2세, 만 4세의 어린 아들과 딸을 두고 있었는데요. 이혼 후 양육사항이라고 써 낸 것이 달랑 친권자 및 양육자 하나뿐이었습니다. 그것도 아들의 친권자 및 양육자는 아빠, 딸의 친권자 및 양육자는 엄마로 합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민법은 제837조에서, 미성년자녀를 둔 부모가 협의이혼을 하려면 반드시 세 가지, 즉 양육자의 결정, 양육비용의 부담, 면접교섭권의 행사 여부 및 방법에 관해, 반드시 우선 협의해서 정하도록 하고 있고, 그 협의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지 법원이 반드시 잘 살펴보도록 하고 있으며,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협의 내용이 있을 때에는 법원이 보정을 명하는 등을 거쳐서 반드시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 양육사항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가 위 문장에 '반드시'를 반복해서 쓴 것을 보셨나요? 얼마나 중요하면 '반드시'를 네 번이나 썼을까요? 다시 말해서, 미성년자녀가 있는 부모의 이혼에 관해서는 이혼 후 양육사항에 관하여, ① 부모의 협의의무, ② 양육자, 양육비, 면접교섭, 이 세 가지의 필수사항, ③ 그 양육협의의 내용에 관한 법원의 심사의무, ④ 그리고 법원이 최종적으로 그 책임 하에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 양육사항을 도출해 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나아가 이는 협의이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위 민법 제837조를 민법 제843조에 의해 재판상이혼에도 준용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결국 모든 이혼 절차에 예외 없이 해당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젊은 부부를 변론기일에 법정으로 불러서 그 황당한 양육협의 내용에 관해 심리하기 위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인즉슨, 둘이 불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막상 너무 맞지 않아 심하게, 격렬하게 싸우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서로 너무나 힘들었고, 진지하게 깊이 고민한 끝에 이혼을 하기로 했으며, 이혼으로 완전히 인연을 끊고 서로 안보며 각자 평안하게 사는 것만이 답이라는 어려운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딸은 엄마가, 아들은 아빠가 데리고 살면서, 각자 상대방은 안보고 자기가 키우는 아이만 책임지고 잘 키우기로 했다는 것이었어요. 따라서 면접교섭은 필요 없고 양육비도 각자 알아서 자기 아이 것만 부담하면 되니까 양육비 주고 받고 할 것도 없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를 들으니 더욱 황당했습니다. 그래서 물었죠. "네, 싸우는 과정이 서로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완전히 갈라서기로 힘든 결정을 하셨을까요?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요... 두 분이 안 맞아서 완전히 연을 끊기로 한 것은 이해가 되는데, 왜 애들까지 이혼을 시키는 건가요?"


"네에?" 이번만큼은 그 둘이 의사합치가 되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 목소리로 되묻더군요. "애들을 이혼시키다뇨?"


"지금 그 합의대로라면,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면서 딸과 아빠, 아들과 엄마 사이에도 각각 이혼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만약 딸이 아빠가 보고 싶으면, 그리고 아들이 엄마가 보고 싶으면, 그땐 어떻게 하죠? 그리고 딸에게도 아빠가 필요하고, 아들에게도 엄마가 필요하잖아요."


"아니에요. 우리는 각자 알아서 잘 키울 수 있어요. 매일 싸우는 걸 보여주느니 차라리 각자 하나씩 데리고 사는 게 나아요. 우리는 이혼해야 되요. 왜 판사님은 이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시죠? 편견을 가지시면 안 되죠!" 이번에도 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습니다.


"아니, 두 분이 이혼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요. 이혼은 두 분의 자유인데요. 이혼은 부부끼리 하는 것이지, 왜 자녀와도 이혼을 하려고 하시냐는 거죠. 왜 부모가 이혼하는데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이, 딸은 아빠를 잃어야 하고 아들은 엄마를 잃어야 하냐는 거죠. 아이들에게는 엄마도 필요하고 아빠도 필요하고 부모 모두 필요하잖아요?"


두 사람은 말문이 막힌 듯 눈을 꿈벅거리다가, 아빠 쪽이 입을 열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서로 보고는 못 살아요. 마주치기만 하면 싸우니까요... 그럼 한 사람이 다 키우는 수 밖에요...제가 애들을 포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애들 '양육권'을 포기하겠다면서 말하는 그 아빠의 말투는 비장하기까지 했어요.


"한 사람이 다 키우고 다른 쪽과 인연 끊는 것도 애들 입장에서는 마찬가지에요. 애들에게는 엄마, 아빠 모두 필요하다니까요? 애들은 엄마와 아빠의 양육을 받아야 해요. 양육에 있어서는 애들이 권리자죠. 부모는 양육의 의무자인데 의무자가 뭘 포기한다는 거죠? 권리나 포기하는 거지, 의무를 맘대로 포기할 수 있나요?" 제가 찬찬히 웃으며 설명을 해 드렸습니다.


"판사님,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인가요? 우린 이혼을 해야 합니다. 안 보고 살아야 해요." 그 젊은 부부가 다시 묻더군요. "두 분은 이혼을 하시되, 부부로서의 연은 끝내는 것이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 부모로서의 의무는 성실히 수행하셔야죠. 부모로서 아이들에 대한 의무는 단지 애완동물처럼 데리고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한 한 인간으로 자랄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제대로 제공해 주어야 하잖아요. 아이들에게 단지 먹을 거, 입을 거, 잠잘 곳, 이런 것들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빠 자체가 모두 필요하죠. 사람의 아이에게는 엄마라는 존재, 아빠라는 존재, 그 존재 자체와 엄마와의 관계 및 함께 보내는 시간들, 아빠와의 관계 및 함께 보내는 시간들, 그 모두가 필요한 거죠. 아빠의 양육과 엄마의 양육이 다르고 아이들이 자라는 데에 그 각각이 모두 필요한 거죠."


우리 민법에 '면접교섭' 제도가 도입된 지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이런 이야기들이 법정에서 오가고 있습니다. 1990년 민법 개정으로 부모의 면접교섭권이 도입(민법 제837조의 2)되었고, 2007년 개정으로 자녀의 면접교섭권이 추가(1991년 비준시 면접교섭에 관해 유보해 두었던 아동권리협약의 유보조항 제9조 제3항도 철회됨)되었을 뿐만 아니라, '면접교섭'은 단지 '권리'로서 그 유무나 행사 또는 불행사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넓은 차원에서 '자녀의 복리(the child's best interests and welfare)'를 위하여, 부모는 물론 아동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양육에 필요하고 적합한 어떠한 상태, 여건, 환경의 하나로서 제공되어져야 하는 것임에도,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의 인식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위의 젊은 부부의 예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우리는 이혼에 관한 실체법상의 권리, 이혼을 하기 위한 절차상의 재판청구권 기타 권리들을 가지지만, 한편 위와 같이 부모로서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 양육사항의 결정과 그에 따른 면접교섭'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면에서는 명백히 인간 개인으로서의 의사나 권리와 충돌하거나 모순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양자는 충분히 양립가능하고 모두 다 잘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이어질 글에서는, 자신의 더 나은 미래와 행복을 위해서 이혼하고자 하는 부모가 동시에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 이혼 후 양육사항을 잘 설계하고 실천하는 과제를 모두 잘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이 '면접교섭'이란 것에 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풍성하게 여러 내용들을 살펴보면서 안내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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