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다 뜯어라, 보증금은 못 줘' 집주인의 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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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다 뜯어라, 보증금은 못 줘' 집주인의 엄포

2026. 06. 18 17:5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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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된 배관 누수, 세입자에게 '올 수리' 떠넘기기

20년 된 아파트 배관 누수에 대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책임을 물으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이사를 앞두고 20년 된 아파트의 낡은 배관이 터졌다. 집주인은 세입자 탓이라며 바닥 전체를 시멘트까지 뜯어내는 '올 수리'를 요구하고, 이를 빌미로 수억 원의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사 날짜는 코앞인데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세입자,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9인의 법률 전문가들이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물이 샌 건 20년 된 배관 탓인데… 보증금을 못 준다니"


4년간 살아온 19~20년 된 아파트에서 이사를 준비하던 A씨. 계약 갱신 두 달 전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빼달라는 연락을 받고 이미 새집까지 구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낡은 수도 배관의 고무가 삭아 물이 새면서 마루 바닥이 변색되는 사고가 터졌다. 남편이 즉시 누수를 확인하고 응급조치를 한 뒤, A씨는 곧바로 집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황당한 요구였다. 집주인은 "당신들이 방치한거고, 노후가 아니다"며 책임을 A씨에게 돌렸다. A씨가 자비로 마루를 복원하고 사진까지 보냈지만, 집주인은 "닦은거냐. 마루를 시멘트있는 부분까지 다 뜯어내서 올수리해야 된다"고 못 박았다.


이사를 가야 하는 A씨에게 수리가 안 되면 보증금을 줄 수 없다는 압박까지 더해졌다.


변호사 9인의 일치된 의견 "수리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집주인의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민법상 임대인은 임차인이 건물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 줄 의무(수선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해답 김무룡 변호사는 "수도배관 고무의 노후로 인한 누수는 세입자의 과실이 아니라 시설 노후, 즉 임대인 부담입니다. 19~20년 된 아파트 배관 노후는 전형적인 임대인 책임 사유입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세입자의 원상회복 의무 역시 '고의나 과실로 인한 파손'에 한정될 뿐, 오랜 시간 사용하며 자연스럽게 낡거나 마모된 부분까지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태강 조은 변호사는 "임차인은 통상적인 사용·수익 과정에서 발생한 자연적 마모나 노후화까지 책임지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낡은 배관 때문에 생긴 마루 변색은 세입자가 물어줄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임대인이 수리를 핑계로 보증금 전액 반환을 거부하는 것 역시 위법의 소지가 크다.


이사 당일 돈 안 주면? '이것'부터 챙겨라


그렇다면 당장 이사를 앞둔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현재 마루 상태 사진, 누수 발생 당시 사진, 수리·복원 내역, 관리사무소 또는 수리업체의 원인 확인 자료, 임대인과의 문자 내용을 모두 보관해두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는 세입자가 문제를 방치하지 않고 즉시 조치했다는 핵심 증거가 된다.


만약 이사 당일 집주인이 끝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신속히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시고 등기 완료를 확인한 후 이사하셔야, 대항력이 유지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임차권등기가 완료되면, 새집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기존 집에 대한 보증금 우선 변제 권리를 잃지 않게 된다.


이후 내용증명 발송, 지급명령 신청,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등을 통해 보증금은 물론, 반환 지연에 따른 이자까지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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