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등록 거부…대한변협의 '불법' 지적한 대법원 "법이 정한대로 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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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등록 거부…대한변협의 '불법' 지적한 대법원 "법이 정한대로 일해라"

2021. 03. 23 19:46 작성2021. 03. 23 20: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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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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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간 변호사 등록 미룬 대한변협⋯대법원, 지연기간만큼 위자료와 일실수입 배상 명령

변호사법 개정 전까진 '자의적 운영' 제동 걸릴 듯

최근 대법원이 변호사 등록 업무를 자의적으로 거부한 대한변협의 행동이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불법행위'라고 본 판결이 나왔다./대법원⋅대한변협 홈페이지⋅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고

대법원이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의 변호사 등록업무 성격을 분명히 했다(2019다260197). 국가의 위탁을 받아 공무를 수행하는 것일 뿐, 자체 판단에 따라 변호사들의 권리를 제한할 위치가 아니라고 판결한 것이다.


핵심 쟁점은 대한변협이 변호사법에 명시된 범위를 넘어서 자의적으로 변호사 등록을 지연하거나 거부할 수 있느냐에 있었다. 대법원은 "대한변협에 그럴 권리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 판결에 따라 대한변협은 소송을 제기한 변호사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게 됐다. 대한변협이 법적 근거 없이 2개월간 등록을 미뤘던 사람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해당 변호사가 업무를 하지 못해 손해를 본 2개월간의 일실수입(1282만원)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변호사 등록 업무를 자의적으로 거부한 대한변협의 행동이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불법행위'라고 명시한 것이다.


대법원 "국가 대신 하는 일인데 '자의적'으로 업무 수행하지 마라"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대한변협이 맡고 있는 '변호사 등록 업무'의 성격을 "국가가 변호사법을 근거로 대한변협에 위탁한 공행정사무(2017헌마759)"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 등록 업무를 수행하는 대한변협의 지위는 국가배상법에 따른 공무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점을 근거로 ▲대한변협이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범위 내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업무상 과실을 범했으면 손해배상 책임도 져야 한다고 봤다.


공무수행을 하는데 법률이 정하는 바를 넘어 임의로 업무를 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우리 변호사법은 등록거부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제8조). 자의적인 등록 거부를 허용하면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애초에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거나 유죄가 확정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등에만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만일 적법하게 변호사 등록을 거부했더라도, 문제가 됐던 사유가 해소되는 즉시 등록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위에 등록거부가 가능한 조항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사례였다.


변호사 등록 거부, 변호사법 8조에서 정한 범위에서만 이뤄져야

이번 소송을 제기한 변호사 A씨는 지난 2015년 9월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 사람이었다. 공문서변조 혐의로 기소됐다가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받았고, 변호사법 제5조 제2호에 따라 2년간 변호사 등록이 금지됐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지난 2017년 10월, 등록 제한 기간(2년)이 모두 지났을 때 A씨는 다시금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등록을 2개월간 미뤘다. 이게 문제가 됐다.


당시 대한변협은 "A씨에게 또 다른 죄가 있을지 모른다"며 그를 등록심의위원회에 회부했지만, 그러면서도 등록을 거부한 이유였던 '여죄'에 대한 증명자료는 따로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다 2개월 후 돌연 A씨의 변호사 등록을 허용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대한변협의 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스스로도 등록 거부 한계 인지하고 있던 대한변협

변호사 등록 절차에서 재량권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은 대한변협에서도 인지하는 부분이다. 법률에 적시된 사유 외에는 대한변협이 등록을 거부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11월 대한변협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이러한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대한변협은 후배 검사 폭행 등 혐의를 받고 있던 전 부장검사에 대해 "임의로 등록을 막을 수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대한변협은 이를 근거로 "결격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에 대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변호사법 개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입법 개정이 아니고서는 대한변협의 자의적인 운영이 불가하다는 점을 스스로도 인지했던 셈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대한변협의 등록거부권 행사가 상당수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협 내 정책적 판단이나 행정 효율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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