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만 알려주고 2500만원 요구…두 달간 한 일 없는 중개인, 돈 다 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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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만 알려주고 2500만원 요구…두 달간 한 일 없는 중개인, 돈 다 줘야 할까?

2026. 08. 27 12:0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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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과 직접 협상해 계약했더니…'컨설팅 계약서' 내밀며 수수료·위약금 청구

상가 계약 시 매물만 소개한 중개인이 거액의 컨설팅비를 청구한 경우, 계약의 실질이 중개라면 법정 수수료 초과분은 무효다. / AI 생성 이미지

상가 임대차 계약을 위해 두 달 넘게 발품을 판 A씨. 임대인과 직접 줄다리기 협상 끝에 마침내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얼마 뒤, 계약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부동산 중개인에게서 2500만 원에 달하는 컨설팅 비용 청구서가 날아왔다.


중개인은 매물을 처음 소개해 줬을 뿐, A씨는 임대인과 직접 만나 모든 조건을 조율했다. 심지어 임대인의 연락처는 건물에 버젓이 공개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컨설팅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돈을 모두 지급해야 하는 걸까?


매물 소개 한번에 2500만원?…'기여도 0' 중개인의 청구서


A씨는 올해 5월쯤 한 중개인을 통해 상가 임대차 매물을 소개받았다. 하지만 임대인이 중개인을 빼고 직접 대화하길 원해, A씨는 임대인의 연락처를 받기 직전 '부동산 컨설팅 계약서'를 써야 했다.


계약서에는 해당 매물 계약이 성사되면 수수료를 지급하고, 임대인과 직접 협의한 내용도 중개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직접 계약해도 컨설팅의 결과로 간주되며, 수수료 지급을 거부하면 수수료의 30%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시 A씨는 수수료율 0.9%를 0.6%로 낮춰 달라고 요청했고, 중개인은 그 자리에서 0.9%에 줄을 긋고 서명을 받은 뒤 계약서 2부를 모두 가져갔다. 이후 0.6%로 수정해 다시 서명받고 1부를 주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두 달 넘게 임대인과 직접 협의해 계약을 성사시켰다. 중개인의 기여가 전무했던 만큼 2500만 원의 비용이 부당하다고 느낀 A씨는 이를 지급하지 않거나 소액만 지급하고 싶지만, 계약서 때문에 망설여지는 상황이다.


'컨설팅' 이름 붙여도 실질은 '중개'…법정 수수료 넘으면 무효


결론부터 말하면, A씨가 2500만 원 전액을 지급할 의무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들은 계약서의 명칭과 무관하게 그 실질이 부동산 '중개' 행위라면, 공인중개사법의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채비 홍은영 변호사는 "명칭이 컨설팅 계약이더라도 실질이 부동산 중개행위라면 공인중개사법의 규율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록 중개사라 하더라도 상가 임대차의 중개보수는 거래금액의 0.9% 범위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고, 어떤 명목으로든 그 한도를 넘겨 받는 약정은 초과 부분이 무효가 된다"고 짚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 역시 "판례는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그 실질이 부동산의 임대차를 알선하는 중개행위에 불과하다면, 공인중개사법이 정한 법정 보수 한도를 초과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개인들이 법정 수수료 상한을 피하기 위해 '컨설팅' 명목을 내세우는 경우가 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심지어 해당 중개인이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중개를 업으로 했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홍은영 변호사는 "자격이나 등록 없이 체결한 보수 지급약정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라고 선을 그었다.


계약 성사의 '결정적 기여' 없었다면…수수료 대폭 감액 가능


설령 법정 한도 내의 수수료라 해도, 중개인이 계약 성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지급액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 변호사들은 A씨 사례처럼 중개인의 기여가 미미한 경우, 법원이 보수를 대폭 감액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홍푸른 변호사는 "민법상 위임·중개계약의 보수는 통상 수임인의 기여도를 고려해 감액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며 "두 달 넘게 직접 협의로 계약이 성사되었고 중개인의 관여가 사실상 없었다면, 계약서 문언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여도를 참작한 보수 감액을 주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법무법인 대환 김상훈 변호사도 "중개인이 최종 계약서 작성에 관여하지 못했더라도 계약 성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 기여 정도에 상응하는 보수를 청구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기여가 미미하면 청구가 기각되거나 대폭 감액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대인 연락처가 건물에 공개되어 소개의 가치가 낮은 점, 두 달 넘는 조건 협의와 계약 체결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점은 대폭 감액의 근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직접 협의해도 컨설팅 결과로 간주한다'는 조항 역시 절대적인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법률사무소 도결 최우준 변호사는 "단순히 매물을 처음 소개했다는 사정만으로 약정액 전부가 항상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섣부른 지급 거절은 금물…증거 확보 후 협상해야


다만 변호사들은 A씨가 일방적으로 지급을 거절하거나 임의로 0.1% 같은 소액만 통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계약서에 서명한 사실이 있고 위약금 조항까지 있어 섣불리 대응했다간 오히려 분쟁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다.


법무법인 쉴드 박수범 변호사는 "계약서에 서명한 이상 수수료 지급 의무 자체를 전부 부인하기는 쉽지 않고, 위약금 조항이 존재하는 만큼 전액 거부 통보는 위험 부담이 있으므로 감액을 구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따라서 현재 A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법적 대응에 앞선 증거 확보이다. 최우준 변호사는 "카톡, 통화 내역, 계약서 사진, 임대인과 직접 협의한 기간과 내용, 건물에 연락처가 공개돼 있던 자료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증거를 바탕으로 중개인의 기여가 미미했음을 주장하며 감액 협상을 시도하고, 협상이 결렬되면 소송을 통해 다퉈야 한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홍푸른 변호사는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위약금 조항이 적용될 위험이 있으므로, 먼저 협의를 시도하고 협의가 안 되면 채무부존재확인소송 등에서 다투는 방식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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