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쓰러진 정규직은 '산재 탈락', 몰래 조기 퇴근한 일용직은 '산재 인정'…이유는?
회사에서 쓰러진 정규직은 '산재 탈락', 몰래 조기 퇴근한 일용직은 '산재 인정'…이유는?
법원이 바라본 산재의 핵심 기준
변호사들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승패 갈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직장에서 일하다 쓰러져도 산재(산업재해)가 아닐 수 있고, 무단 조기 퇴근 중 사고가 나도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상식과 법원의 판단은 때론 철저히 엇갈린다. 3일 방송된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임흥준 변호사(로엘 법무법인)가 산재 인정 여부를 가른 결정적 기준들을 분석했다.
임원진 앞 PT 중 쓰러졌지만… 지병과 업무량의 문턱
감리 업무를 하던 정규직 A씨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PT) 도중 두통을 호소하다 다음 날 뇌출혈로 사망했다. 업무 도중 이상 증세가 시작됐지만, 법원은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철저한 수치와 의학적 인과관계에 있었다. 임흥준 변호사는 "발병 전 일주일 업무시간이 평소보다 30% 이상 늘지 않았고,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이어 "법원은 업무 스트레스보다는 장기간의 당뇨·고혈압·흡연 등 개인적 소인으로 인해 혈관이 약해진 것이 발병의 주된 원인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뇌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업무상 질병은 단순히 회사에서 쓰러졌는지가 아니라, 업무가 질병을 악화시켰다는 상당인과관계 입증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사적 목적 섞인 수상스키 시범과 무단 조기 퇴근의 반전
반면, 근로복지공단이 거부했던 사건들이 법원에서는 산재로 인정받았다.
수상스키 강사 B씨는 손님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다 사망했다. 공단은 이를 사적 행동으로 봤지만, 법원은 "업무상 사고"로 판단했다.
임 변호사는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경계선으로 "그 행위가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느냐"를 꼽았다.
개인 운동 목적이 다소 섞여 있었더라도, 업무 시간과 장소 내에서 손님을 태우고 운행한 행위는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본 것이다.
폭염을 피해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퇴근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건설 현장 일용직 타일 작업자 C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관리자의 허락이 없었음에도 법원은 산재를 인정했다.
임 변호사는 "타일 작업자의 임금은 작업량에 따라 산출되므로 정해진 근로시간은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판시한 재판부의 입장을 전했다.
계약서상 서류보다 동료들의 일관된 증언 등 실제 현장의 자율적 근무 관행이 증명되었기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재해(사고로 인한 피해)'로 인정받은 것이다.
회사에서 쓰러졌다고 무조건 산재가 되는 것도, 지병이 있다고 무조건 배척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사실관계에 기반한 구체적인 증거와 일관된 진술만이 엇갈린 판결 틈새에서 권리를 구제받을 유일한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