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응급 진료 올 일이냐" 공군 군의관 폭언…결국 그 훈련병 '고관절 괴사' 됐다
"이게 응급 진료 올 일이냐" 공군 군의관 폭언…결국 그 훈련병 '고관절 괴사' 됐다
변호사들 "직무유기죄 성립은 어렵지만, 업무상 과실치상죄 성립은 가능"

허벅지 통증에 군 병원을 찾은 훈련병. 엑스레이 촬영 등을 요청했지만, 오히려 군의관에게 폭언을 들었다. 결국 해당 훈련병은 고관절이 괴사 됐다는 소견을 받아 의병 제대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대한민국 공군 페이스북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해 4월, 공군에 입대한 A씨. 훈련 도중 허벅지에 통증이 시작돼 방문한 군 병원. 단순 진통소염제를 처방받았지만 이후 다리가 올라가지 않는 증상이 생기면서 다시 군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엑스레이(X-ray) 촬영도, 민간병원 외진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증이 급격히 악화됐을 때조차 군의관들은 폭언을 했다.
"이게 응급진료로 올 일이냐?", "네가 밖에 있었으면 이런 걸로 민간 병원 응급실에 가느냐."
결국 A씨는 진통소염제 정도만 처방받은 채 고강도의 훈련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증상이 생긴 지 두 달 만에 받은 정밀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고관절(엉덩이관절) 괴사(조직, 세포 등이 부분적으로 죽음)'.
YTN에 따르면 현재 A씨는 인공관절 치환 수술을 받고, 입대 7개월 만에 의병 제대한 상태다. 공군은 담당 군의관들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A씨의 진료 요청을 묵살한 군의관들에 대해 직무유기죄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센 상황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군의관들을 직무유기죄로 처벌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는 "군형법상 직무유기죄(제24조) 성립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고의성이 인정돼야 하는 등 구성 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의로 직무를 포기⋅방임한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데, 단순히 진료를 소홀히 한 정도론 이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천 변호사는 "▲질병에 대한 검사와 판단은 고도의 전문 영역인 점 ▲환자가 다량으로 발생하는 훈련소 병원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직무유기죄의 고의가 인정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에스제이파트너스의 홍후혁 변호사도 "약 처방을 하는 등 최소한의 직무수행은 한 것으로 보여 해당 혐의를 적용하긴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무법인 대웅의 김민기 변호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이어 "더욱이 이 죄는 '지휘관'이 주체일 때 성립하는 범죄"라며 "군의관을 지휘관으로 보긴 어렵기 때문에 직무유기죄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대신 김 변호사는 "군보건의료법 위반에 따라 처벌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이 법은 "군의관 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 군인 등의 진료 요청을 거부하거나, 기피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5조 제3항). 이를 어긴 경우 처벌 수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제20조).
'변호사 서영현 법률사무소'의 서영현 변호사는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상죄(제268조)도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죄는 의료인이 업무상 필요로 하는 주의를 게을리 해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처벌 수위는 5년 이하의 금고(禁錮⋅교도소에 수감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노동은 하지 않음)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A씨는 어떻게 자신의 피해에 대해 배상받을 수 있을까. 물론 군의관 등에게 직접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엔 A씨 측에서 군의관 등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에 서영현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선 실무적으로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대상자에 등록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의료 과실 입증을 하는 것보다는 입증이 쉽고, 보상의 규모도 일반 손해배상보다 더 크다는 이유였다.
서영현 변호사는 "훈련 도중 고관절 부위에 무리한 충격이 반복적으로 가해졌거나, 급속히 악화돼 고관절 괴사 등이 발병한 것이라면 신청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청 방법은 주소지 관할 보훈청 보상과에 신청서와 전역증, 부상입증 서류 등을 제출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