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내면 끝? '7일의 골든타임' 놓치면 억울함 풀 길 없다… 정식재판 청구의 모든 것
벌금 내면 끝? '7일의 골든타임' 놓치면 억울함 풀 길 없다… 정식재판 청구의 모든 것
약식명령 고지 후 일주일
운명을 결정할 짧은 시간과 형종 상향 금지의 비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정식재판 청구 제도는 약식명령 또는 즉결심판에 불복하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이 제도는 형사소송법과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며, 피고인이 법원의 서면 심리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때 공판절차를 통해 다시 심판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는 형사소송법 제453조 내지 제458조에 규정되어 있으며, 즉결심판의 경우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14조에 따라 진행된다. 피고인뿐만 아니라 검사도 청구할 수 있으나, 피고인은 정식재판 청구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 7일의 골든타임, 약식명령 불복의 첫 단추
정식재판 청구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요소는 기간이다. 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453조). 즉결심판 역시 고지일부터 7일 이내에 경찰서장에게 청구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7도891 판결)에 따르면, 약식명령 등본이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동거인에게 적법하게 송달되었다면 피고인이 실제 이를 확인한 시점과 관계없이 송달일부터 기간이 기산된다. 만약 7일이 경과한 후에 청구서가 제출될 경우, 법원은 이를 부적법한 청구로 간주하여 기각 결정을 내린다.
청구 방식 역시 엄격하다. 약식명령에 대한 청구는 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며, 즉결심판의 경우 경찰서장에게 제출된 청구서가 판사와 검찰청을 거쳐 법원으로 송부된다. 정식재판이 청구되면 기존의 약식명령이나 즉결심판은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그 효력을 잃게 된다.
책임질 수 없는 사유? 회복 청구의 높은 벽
정해진 기간 내에 청구하지 못한 경우에도 구제 방법은 존재한다. 자기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기간을 놓친 자는 그 사유가 해소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청구권 회복 청구를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458조).
다만, 이 과정에서 절차적 완성도가 요구된다. 대법원(대법원 1983. 12. 29. 선고 83모48 결정)은 회복 청구를 할 때 반드시 정식재판 청구를 동시에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회복 청구서만 제출하고 정식재판청구서를 함께 제출하지 않으면 소정의 방식을 결한 것으로 보아 허가되지 않는다.
일단 확정된 정식재판청구권 회복 결정의 효력은 강력하다. 대법원 결정(대법원 2005. 1. 17. 선고 2004모351 결정)에 의하면, 회복 결정이 확정되었다면 재판을 맡은 법원은 회복 사유의 존부를 다시 살필 필요 없이 통상의 공판절차를 진행하여 본안을 심판해야 한다.
"더 무거운 형은 없다" 피고인 지키는 형종 상향 금지
정식재판 청구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주는 핵심 원칙은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이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에 따라,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이는 피고인이 더 무거운 형을 받을까 두려워 재판 청구를 주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대법원(대법원 2020. 3. 26. 선고 2020도355 판결)은 정식재판 청구 사건이 다른 사건과 병합되어 심리되는 경우에도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았다. 만약 법원이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경우에는 판결서에 구체적인 양형 이유를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정식재판 청구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하할 수 있다. 서면 제출이 원칙이나 공판정에서는 구술로도 가능하다. 단, 한 번 취하하거나 포기에 동의한 자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시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형식 요건 갖춘 변호인 선임이 재판의 승패 가른다
정식재판은 통상의 공판절차로 진행되므로 전문적인 법률 조력이 중요하다. 변호인은 증거능력을 검토하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배제를 신청하거나, 증인신문 시 반대신문을 통해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를 밝혀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변호인 선임 시에는 형식적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 대법원(대법원 2005. 1. 20. 선고 2003모429 결정)은 변호인선임신고서 없이 변호인 명의로 제출된 정식재판청구서는 청구 기간 경과 후에 선임 신고서가 제출되더라도 적법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드시 기간 내에 적법한 서면을 제출해야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경제적 사유 등으로 변호인 선임이 어려운 경우 국선변호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등을 사유로 청구하면 변호인을 선정해야 하며, 피고인의 나이나 교육 정도를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수 있다.
대법원(수원지방법원 2017. 7. 14. 선고 2017노114 판결)은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에 대해 아무런 결정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피고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이라고 명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