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들어간 아파트, 파혼한 연인에게 소유권 주장할 수 있을까? 변호사들 답변은
내 돈 들어간 아파트, 파혼한 연인에게 소유권 주장할 수 있을까? 변호사들 답변은
변호사들 “명의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
채권 회수 전략에 집중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에게 아파트 청약 당첨은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연인 B씨와 함께할 미래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예비번호 순서가 앞섰던 B씨 명의로 우선 계약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혼인신고 후 공동명의로 바꾸기로 한 굳건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B씨는 당장 계약금 10%를 낼 돈이 없었다. A씨는 장차 함께 살 집이라는 생각에 자신의 저축과 대출금을 끌어 계약금을 해결해줬다. 만약을 대비해 이 돈에 대해서는 차용증도 받아뒀다. 이후 발코니 확장비와 옵션비 역시 A씨의 통장에서 시행사로 바로 이체됐다.
두 사람의 관계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계속된 의견 차이 끝에 두 사람은 합의 하에 헤어졌다. A씨는 B씨에게 빌려준 돈을 갚아달라고 요구했지만, B씨는 상환을 미뤘다. A씨가 대출 이자를 감당하며 고통받는 사이, B씨의 태도는 돌변했다.
A씨가 아파트 명의 변경에 대해 묻자 B씨는 “그걸 왜 너에게 주냐”며 “넘기더라도 분양가에 넘길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파트 시세가 이미 크게 오른 탓이었다. 급기야 B씨는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망했다”거나 “내가 죽으면 사망보험금으로 받아 가라”는 말까지 하며 A씨를 압박했다.
A씨는 B씨가 돈을 갚을 의지도, 아파트를 포기할 생각도 없다고 판단하고 법적 대응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돈’ 들어간 아파트, 소유권 주장할 수 있나
가장 큰 쟁점은 A씨가 아파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다.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어렵다"고 답했다. 아파트 명의가 B씨 단독으로 되어 있는 이상, 법적 소유권자는 명백히 B씨이기 때문이다.
한장헌 변호사(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부동산실명법상 명의신탁(실제 소유자와 서류상 명의자가 다른 것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 약정은 무효이므로 명의를 돌려달라고 청구하는 것은 어렵다”며 “A씨가 지출한 금액을 금전적으로 돌려받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차용증 있는 계약금, 없는 옵션비, 모두 받을 수 있을까
결국 A씨가 기댈 곳은 자신이 B씨에게 빌려준 돈을 되찾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A씨가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우선 차용증이 존재하는 계약금 10%는 명백한 ‘대여금’으로, 대여금반환청구소송을 통해 회수가 가능하다.
장휘일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차용증이 있는 계약금 부분은 대여금반환청구소송을 통해 법적으로 회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차용증이 없는 발코니 확장비와 옵션비다. 연인 사이에 오간 돈은 증여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 역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차용증이 없는 부분도 송금 내역과 당시 정황을 근거로 대여금 또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혼을 전제로 공동의 집을 마련하기 위해 A씨 계좌에서 직접 이체한 내역이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사소송이냐 형사고소냐, 최적의 전략은
돈을 돌려받기 위한 법적 절차는 크게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로 나뉜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민사소송, 즉 ‘대여금반환청구소송’을 핵심 전략으로 추천했다.
소송 전 변호사 명의로 ‘내용증명’을 보내 상환을 압박하고, 동시에 B씨 명의의 아파트 분양권에 ‘가압류’를 신청해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게 묶어두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조선규 변호사(법무법인 유안)는 “가압류는 소송 중에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두어, 승소 후 판결금의 집행을 용이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보전처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다른 시각도 존재했다. 김준성 변호사(법무법인 공명)는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처음부터 변제 의사나 능력 없이 돈을 편취한 것으로 보일 경우 사기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며 “형사고소는 그 자체만으로 채무자에게 큰 심리적 압박을 줘 수사 과정에서 합의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