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고 싶어 하길래…" 상담교사 황당 변명, 근데 전학 간 학교 정보는 어디서 알았죠?
"사과하고 싶어 하길래…" 상담교사 황당 변명, 근데 전학 간 학교 정보는 어디서 알았죠?
집단 성폭행⋅동영상 유포 피해 겪고 전학 간 학생⋯교육청 상담교사가 임의로 학교 찾아가
접근금지 명령받은 가해자와 부모까지 동행⋯"가해자가 사과하고 싶어 해서 데려갔다" 해명 논란

성범죄를 당하고 가해학생들을 피해 전학을 갔지만, 그 학교 앞에 가해학생이 찾아온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가해학생과 함께 온 사람이 바로 '상담교사’였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대구광역시교육청 홈페이지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양은 다니던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자신에게 집단 성폭행을 저지르고 동영상을 유포한 남학생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가해자들은 재판에 넘겨졌고, 사건 관할인 경북도교육청은 이들에게 피해자 접근금지를 명령했다.
그런데 A양이 전학 간 학교 앞에 가해학생과 그 학생의 부모님이 찾아오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더 황당한 건 선생님 한 명이 동행했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는 대구광역시교육청 소속 B상담교사로 이 사건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었다. 소속 교육청 담당도 아닌 일에 나서서 "가해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한다" "사과를 하고 싶어 한다"며 피해학생과의 만남을 요구했다. 다행히 A양의 새 담임교사가 적극 막아선 덕분에 가해자와의 직접적인 만남은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이 지난 27일 SBS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원칙을 가장 잘 아는 상담교사가 앞장서서 학교·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로톡뉴스는 해당 교사의 행동이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하나하나 살펴봤다.
이 사건 가해자는 위력에 의한 유사 간음과 음란물 제작·배포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다.
그런데 가해자가 별안간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소동을 벌인 상황. 피해자로선 ▲아직 가해자들이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고 ▲피해도 채 회복하지 못했는데 덮어놓고 용서를 강요받은 셈이다. 특히 "가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한다"는 B상담교사의 발언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 사건을 검토한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대한변협 인증)들은 "상담교사의 행위가 매우 부적절했다"고 질책했다.
법무법인 수호의 이지헌 변호사는 "학교폭력 사건을 수행하다 보면, 간혹 일부 학교나 교직원이 무리하게 화해를 조장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며 "이 사건 역시 상담교사가 본분을 넘어선 부적절한 행위를 함으로써 피해학생에게 2차 피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사월의 노윤호 변호사는 "준비되지 않은 피해자에게 화해나 용서를 조장하는 것으로는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없다"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일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직후, 지난 27일 대구시교육청은 "해당 상담교사를 경고 조치하고, 학교폭력 재교육 처분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 변호사는 "(자세한 사정을 더 살펴봐야겠지만) 대구시교육청의 처분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업무가 아니라 개인 신분으로 방문했다고 해서 봐줄 사안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변호사들은 B상담교사, 더 나아가 B상담교사가 속해있는 대구시교육청까지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헌 변호사는 "피해학생 측이 상담교사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피해학생과 가족들은 가해자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상태다. 이러한 점에서 B상담교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노윤호 변호사는 "만일 상담교사가 자신이 소속한 교육청 정보를 이용해 피해학생이 전학 간 학교를 알았고, 이를 이용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경우라면 개인정보 관리 주체인 대구시교육청도 함께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교육청 입장에서도 가볍게 넘어갈 사건이 아닌 것이다.
또한 접근금지 명령 위반에 대한 방조의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게 노 변호사의 의견이다.
"진정한 사과는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들일 마음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고 노 변호사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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