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내가 왜 거기서 나와" 상간자 소송의 증거가 된 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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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막내가 왜 거기서 나와" 상간자 소송의 증거가 된 반려견

2022. 09. 11 10:30 작성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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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법정에 등장한 반려동물들의 사연

로톡뉴스는 2022년 민사 법정에 등장한 반려동물들의 사연을 판결문을 통해 살펴봤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애완동물'이란 표현을 주변에서 듣기 어려워졌다. 동물도 보호자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란 뜻에서 '반려동물'이란 말을 더 널리 사용하면서다. 그만큼 반려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진 셈인데, 이러한 현상은 일선 재판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로톡뉴스는 2022년 민사 법정에 등장한 반려동물들의 사연을 판결문을 통해 살펴봤다. 이혼 소송, 임대차 계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건에서 반려동물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혼, 상간자 소송에도 등장한 반려동물들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 대법원이 인터넷에 공개한 반려동물 관련 민사 확정 판결문을 검토했다. 확인 결과, 반려동물이 소송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거나 재판부 판단 대상이 된 사건은 15건이었다.


이 가운데는 이혼 소송도 있었다. 흡사 자녀 양육권을 놓고 다투듯 "누가 반려동물을 데려갈 것인지"가 쟁점이 된 경우였다. 지난 2월, 수원지법에선 한 부부가 이혼 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 문제로 다퉜는데, 여기엔 반려견이 포함돼 있었다.


상간자(相姦者)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에서 반려동물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이 사건 원고 A씨는 자신의 남편과 외도를 한 상간녀 B씨(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부정행위를 했음을 입증하는 근거 중에는 △A씨 남편이 반려견을 산책시킨다고 아내를 속인 후 B씨를 만난 점 △그렇게 친분을 쌓은 반려견이 숨지자, B씨가 자신의 SNS에 추모 글과 사진을 올렸던 점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사건을 맡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피고 B씨에 대해 위자료 2500만원을 선고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판결문을 보면, 자녀 양육권을 놓고 다투듯 "누가 반려동물을 데려갈 것인지"가 쟁점이 된 경우도 있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반려동물과 관련된 판결문을 보면, 자녀 양육권을 놓고 다투듯 "누가 반려동물을 데려갈 것인지"가 쟁점이 된 경우도 있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반려동물 때문에 싸우는 세입자 vs. 집주인

반려동물 문제는 임대차 계약 관계에서도 종종 발생했는데, 3건 중 2건은 집주인과의 약속을 어기고 세입자가 몰래 반려동물을 키운 경우였다. 이런 때는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각 재판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지난 4월, 서울동부지법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 임대차 계약에는 '애완동물 사육금지'라는 특약이 존재했다. 하지만 세입자는 약속을 어겼다. 재판에서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구두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정상적으로 임대차 계약이 해지됐으니 집주인에게 건물을 인도하라"고 명령했다.


반려동물이 임차한 집을 훼손시켰을 때 원상복구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에 관한 판결도 있었다. 지난 2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선 반려견 2마리를 키운 세입자에게 각종 수리비 명목으로 500만원 가량을 청구하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집주인이 소송에서 패소했다. 세입자가 반려동물을 키운 건 맞지만, 그 때문에 집이 파손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임대차 계약 관계에서 발생한 반려동물 문제는 종종 재판까지 오게 된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임대차 계약 관계에서 발생한 반려동물 문제는 종종 재판까지 오게 된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반려동물, 다른 동물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 정신적 위자료 인정

전체 판결문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건 예상대로 사고로 반려동물이 죽거나 다치면서 보호자가 재판에 나선 경우였다. 판결문 15건 중 9건으로 약 60% 수준이었다.


서울서부지법은 집 안에 있던 김치냉장고에서 불이 나 반려견을 잃은 보호자에게 제조사 측이 가족 1인당 2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지난 6월 판결했다.


지난 4월, 의정부지법은 보호자와 함께 길을 건너던 반려견을 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반려견 치료비와 보호자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를 모두 합쳐 약 4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당시 사고를 낸 운전자의 보험사 측은 "치료비는 교환가치 범위 내로만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다친 반려견을 다른 동물로 대체하는 데 드는 비용 이내로만 치료비를 보상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의정부지법은 "반려견은 소유자가 정신적 유대와 애정을 나누는 대상이자, 생명을 지닌 동물"이라며 "보통의 동물과 대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반려견에게 상해가 발생했다면 '교환가격'보다 높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사고로 반려동물이 죽거나 다치면서 보호자가 재판에 나선 경우가 가장 많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사고로 반려동물이 죽거나 다치면서 보호자가 재판에 나선 경우가 가장 많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수의사의 권고로 긴급 수술을 받던 반려견이 숨진 사건에선, 병원 측이 반려견 장례비와 위자료 등 약 23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이 났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동물에 대한 치료도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의료 행위"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병원 측이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동물 소유자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지난 1월, 서울고법도 임대차 주택에서 난 화재로 반려묘를 잃은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위자료를 줘야 한다고 했다.


각 재판부는 반려동물에게 피해를 끼친 사람은, 그로 인해 발생한 △치료비 △장례비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정신적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통상 직접적인 손해가 아닌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는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에 비춰볼 때, 우리 법원이 반려동물의 지위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평균 위자료 인정액은 200~300만원 선으로 다소 제한적이었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2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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