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 아바타 향한 악플, 법원 "화면 뒤 사람에 대한 범죄"
화면 속 아바타 향한 악플, 법원 "화면 뒤 사람에 대한 범죄"
가상 캐릭터와 실제 인물 동일시

법원이 버추얼 아이돌 외모를 비하한 글에 대해 실제 인물의 명예훼손이라며 5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셔터스톡
버추얼 아이돌의 외모를 비하한 네티즌에게 법원이 ‘실제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50만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가상 캐릭터를 향한 모욕이 곧 그를 연기하는 실제 인물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이다.
사건은 지난해 7월, 네티즌 A씨가 한 버추얼 아이돌 그룹을 향해 SNS에 쏟아낸 한 문장에서 비롯됐다. A씨는 가상 캐릭터의 외모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본체 존못(실제 인물 얼굴이 매우 못생겼다)”이라는 표현으로 화면 뒤 실제 인물까지 끌어들여 조롱했다.
해당 아이돌 그룹 측은 A씨의 행위가 멤버들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 멤버 1인당 650만 원씩 총 3,25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법의 심판을 구했다.
"피해자 특정 불가" vs "아바타는 나의 분신"
법정에 선 A씨는 “비난한 대상은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캐릭터일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멤버들의 실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가상 캐릭터와 실제 인물이 같다고 볼 수 없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모욕죄의 성립 요건인 ‘피해자 특정성’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시선은 달랐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8단독 장유진 판사는 A씨의 주장을 기각하며 메타버스 시대의 새로운 법리를 펼쳐 보였다.
법원의 일침 "아바타 모욕은 곧 실제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장유진 판사는 판결의 핵심 쟁점인 ‘특정성’에 대해 “피해자의 이름이나 단체명을 꼭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위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그 표현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 특정성은 인정된다”고 못 박았다.
특히 재판부는 아바타의 사회적 의미를 깊이 파고들었다. 장 판사는 “아바타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사용자의 자기표현이자 사회적 소통 수단”이라며 “아바타에 대한 모욕은 곧 실제 사용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명확히 했다. 가상 캐릭터와 실제 인물을 사실상 동일체로 본 것이다.
다만 법원은 A씨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배상액은 원고 측 청구액의 약 1.5% 수준인 50만 원(멤버 1인당 10만 원)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올린 글의 내용과 표현 수위, 불법행위 이후의 여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