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여성에게 폭행당한 남성, 변호사 "대응하지 않은 게 적절했다" 평가한 이유
술에 취한 여성에게 폭행당한 남성, 변호사 "대응하지 않은 게 적절했다" 평가한 이유
가족과 산책하던 중 술에 취한 20대 여성에게 무차별 폭행당한 40대 남성
맞고만 있었던 이유 "성범죄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 우려했다"
변호사들 "우려한 성범죄 혐의보단 '이 혐의' 적용될 가능성이 더 컸다"

한 40대 남성이 아내와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10분 동안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는 만취 상태였던 20대 여성. 폭행은 경찰이 도착하고 나서야 멈췄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한 40대 남성이 아내와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10분 동안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는 만취 상태였던 20대 여성. 지난 7월 말,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산책하던 일가족에게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여성은 가족과 대화를 나누던 피해자 A씨에게 갑자기 맥주캔을 건넸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여성은 맥주캔을 던졌고, 휴대전화와 주먹으로 무차별 폭행했다. A씨는 이 때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폭행은 경찰이 도착하고 나서야 멈췄다.
A씨 측은 혹시라도 방어했다가 성범죄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A씨는 "가해 여성은 출동한 경찰 앞에서 (자신을) 성추행범으로 몰았다"는 내용의 글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실제로 A씨가 좀 더 적극적으로 방어했다면, 그의 말대로 성범죄로 입건될 가능성이 있었을까? 해당 사안을 살펴본 변호사들은 "물증이 없는 경우 억울한 사례가 발생할 여지도 많은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이기에 우려했던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협 등록 형사법 전문인 류인규 변호사(법무법인 시월) 역시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다만, 류인규 변호사는 당시 피해 남성이 가만히 맞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던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고 했다. 남성이 걱정한 성범죄 요소보다는 쌍방폭행 때문이다.
류 변호사는 "당시 피해자가 저항을 했다면, '쌍방폭행'으로 연루될 가능성은 존재한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받는 게 무척 까다롭다"고 했다.
"만약 A씨가 저항하는 차원에서 여성을 세게 밀쳤다면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법원에서 '왜 이렇게 세게 밀쳤냐', '도망갈 수도 있지 않았냐'는 이유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형법상(제21조) 정당방위의 인정 요건 중 하나인 '최소 침해성(선택 가능한 수단 중 공격자에 대해 최소한의 침해를 주는 것)'을 인정받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이번처럼 한 여성이 갑자기 길을 걷던 가족에게 침을 뱉고 욕설을 하는 등 행패를 부렸다. 남편 B씨가 이를 막는 과정에서 여성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손을 세게 잡는 등의 행동을 했는데, 쌍방폭행으로 기소됐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계속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을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하긴 했다. 하지만 수사단계에서 B씨는 방위 행동을 인정받지 못해 기소가 됐고, 재판까지 이어졌던 것을 봤을 때 정당방위를 인정받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