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노린 항공사 기장 연쇄살인 범행…특가법 보복살인 피해도 중형 불가피
3년 노린 항공사 기장 연쇄살인 범행…특가법 보복살인 피해도 중형 불가피
승급 탈락 앙심 품고 동료 4명 타깃

경찰서로 압송되는 항공사 기장 살해 피의자 /연합뉴스
전직 항공사 부기장이 승급 심사 탈락에 앙심을 품고 전 직장 동료들을 상대로 연쇄 살인 행각을 벌였다.
3년간 치밀하게 준비된 이 범행은 법망의 특성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 적용은 피할 것으로 보이나, 고의성과 계획성이 명백해 중형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50대 남성 김씨는 과거 항공사 부기장으로 근무하던 중 기장 승급 심사에서 수차례 탈락했고, 2년 전 퇴사 처리됐다.
그는 이 과정에서 동료들과 갈등을 빚었으며, 경찰 조사에서 "부당한 기득권에 억울하게 인생이 파멸됐다"고 진술했다.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왜곡된 원한이 연쇄 범행 계획으로 이어졌다.
범행은 동선에 따라 순차적으로 실행됐다.

김씨는 1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거주하는 전 동료 기장 B씨를 덮쳐 목을 졸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도주했다.
이어 17일 오전 5시 30분경,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동료 기장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김씨는 범행 직후 경남 창원에 있는 또 다른 전 동료 C씨의 주거지로 이동해 추가 범행을 시도했으나 즉각적인 실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포기했다.
이후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타깃이 없는 울산으로 도주했다가 범행 13시간 만인 17일 오후 8시경 경찰에 검거됐다.
수사 결과 김씨는 총 4명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3년간 이를 준비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 갈등 사적 복수, '보복살인' 성립은 난항
현재 김씨에게 적용되는 핵심 혐의는 기장 A씨에 대한 살인죄(형법 제250조 제1항)와 B씨, C씨에 대한 살인미수죄(형법 제254조)다.
이 범죄들은 경합범으로 묶여 가장 무거운 살인죄를 기준으로 가중 처벌이 이루어진다.
일각에서는 특가법 제5조의9 제1항에 따른 '보복살인죄' 적용 가능성을 제기한다.
해당 혐의가 인정되면 법정형 하한선이 징역 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상향된다.
하지만 법리적 관점에서 특가법상 보복살인 적용은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법원(2014도9030) 판례에 따르면, 특가법이 규정하는 보복의 목적은 '형사사건 수사나 재판과 관련된 고소 및 진술'에 대한 보복이어야 한다.
김씨의 범행 동기는 기장 승급 탈락과 직장 내 기득권 갈등에 기인한 사적인 복수이므로, 피해자들이 김씨의 형사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지 않는 한 일반 형법상 살인죄가 적용된다.
치밀한 3년의 계획, 심신미약 인정 가능성 희박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김씨의 범행 동기와 사이코패스 성향 여부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 측이 정신질환을 이유로 심신미약(형법 제10조 제2항)을 주장할 여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법조계는 심신미약 감경이 받아들여질 확률을 극히 낮게 보고 있다.
대법원(2007도2360)은 범행 당시 사물 변별 능력과 행위 통제 능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정신적 장애가 있더라도 심신장애로 인정하지 않는다.
김씨가 3년에 걸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다수의 타깃을 정해 지역을 넘나들며 순차적으로 살인을 실행한 점은 고도의 통제력과 계획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김씨의 행위는 양형 기준상 치명적인 가중 요소인 '계획적 범행'과 '다수 피해자 발생'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
잔혹한 범행 수법과 연쇄 범행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신감정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무기징역 또는 징역 20년 이상의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