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 간 회사 동료가 자살했는데, 그의 계좌이체 내용을 볼 수 있을까?
돈 빌려 간 회사 동료가 자살했는데, 그의 계좌이체 내용을 볼 수 있을까?
돈을 빌린 사람이 사망하였다면, 그의 계좌거래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려워
상속인들이 한정 승인한 상태라면 빌려준 돈 받지 못할 가능성 커

돈 빌려간 회사 동료가 자살했는데, 대여금 환수를 위해 그의 계좌이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까? /셔터스톡
작년 가을 A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4,500만 원을 빌려 간 회사 동료가 연초에 자살했다. 투자 실패로 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게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서둘러 상속인을 상대로 대여금반환 소송을 진행하였으나, 상속인은 한정승인을 한 상태다. A씨는 우선 망자가 빌린 돈을 어디에 사용하였는지 계좌이체 내용을 알고 싶다.
만약 그가 죽기 직전에 유족에게 계좌이체를 했다면 사해행위로 볼 수 있나? 또 망자의 유족을 상대로 대여금 환수를 강제집행 할 방법이 없을까? A씨가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변호사들은 망자의 계좌이체 내용을 제3자가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헤리티지 정은주 변호사는 “돈을 빌려 간 사람이 사망하였다면, 다른 사람이 그의 계좌거래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설령 망자가 죽기 전에 돈을 가족에게 계좌이체를 했더라도, 그 돈은 사전증여로 본다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사해행위로 보지 않기에, A씨가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낼 수는 없다는 취지다.
법률사무소 HY 황미옥 변호사는 “만약 망자가 채무 과다 상태에서 가족 간 계좌이체를 하고 사망하였다면, A씨가 증여가 아니라는 구체적 정황을 제시하지 않는 한 사전증여로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망인이 사망하기 전 유족에게 계좌 이체한 내용을 사전증여로 보아 상속세 과세 대상으로 계산하는 다수의 판결 사례가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정은주 변호사는 “망자가 빌려 간 돈을 어디에 사용하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설령 유족에게 계좌이체를 했더라도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또 상속인들이 모두 한정승인을 한 상태라면, 대여금 채권이 존재해도 한정승인으로 변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황미옥 변호사는 “A씨는 유족 중 한정승인자에 대하여 대여금 청구의 소송을 진행 중인 상태인데, 피고는 한정승인을 한 이상 A씨의 청구를 크게 다투지 않을 것”이라며 “한정승인자는 망인의 적극재산 한도에서만 변제할 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따라서 만약 A씨가 망자의 금융조회 신청을 한다면, 입증하고자 하는 목적이 단순히 대여 관계를 밝히기 위한 것은 아니라 생전 이체된 내용을 통하여 사해행위라는 원인 사실을 밝히기 위함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상속인을 상대로 한 강제집행 가능성에 대해 오지원 변호사는 “A씨가 망자 가족들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하기는 어렵다”고 못 박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