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 서명 안 하자 병원비 결제 취소"…돌봄센터의 황당 대응, 법적책임 물을 수 있나?
"합의서 서명 안 하자 병원비 결제 취소"…돌봄센터의 황당 대응, 법적책임 물을 수 있나?
롤러스케이트 체험학습 간 10세 아동 골절…'외부 발설 금지' 합의 종용까지

OO시 위탁 돌봄센터에서 10세 아동이 다리 골절 사고를 당했으나, 센터 측은 안전관리 부실에도 '후유증 청구 포기' 합의서를 요구하고 병원비 결제마저 취소하는 비상식적 대응을 보였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최근 OO시 위탁돌봄센터 체험활동에 참여했던 만 10세 조카가 다리 골절로 수술까지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황당한 일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센터 측은 사과는커녕 '향후 후유증 청구 포기' 등이 담긴 합의서를 내밀었고, A씨 측이 서명을 거부하자 이미 결제했던 병원비마저 취소해 버렸다.
아이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돌봄센터에 법적 책임을 묻고 제대로 된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후유증 포기, 외부에 알리지 말라"…합의 거부하자 병원비 결제 취소
A씨의 조카인 만 10세 아동은 최근 돌봄센터에서 주관한 롤러스케이트 체험활동 중 넘어져 다리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수술까지 필요한 큰 부상이었지만, 센터 측의 대응은 상식 밖이었다.
센터는 A씨 측에 '향후 후유증에 대한 청구를 포기한다', '사고 경과나 합의 내용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는다', '관계기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보호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자, 센터는 사고 직후 선결제했던 병원비 중간 정산 결제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심지어 사고 직후에는 보상 범위가 제한적인 '구내치료비 특약'만 안내하며 책임을 축소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교사 없이 아이 40명 롤러장에…안전교육·관리 '구멍'
사고의 배경에는 센터의 총체적인 안전관리 부실이 있었다. 센터는 활동에 참가하는 아동들의 스케이트 탑승 경험조차 확인하지 않았고, 넘어지는 법 등 기본적인 사전 교육도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당일 안전교육은 "무서우면 타지 말고 나오라"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더 큰 문제는 현장 감독이었다. 당시 2개 센터 소속 아동 40여 명을 교사 3명과 대학생 자원봉사자 2명이 인솔했지만, 교사들은 단 한 명도 스케이트장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 모두 대기실에만 머물렀다. 사실상 아이들만 위험에 방치된 셈이다.
변호사들 "명백한 안전의무 위반, 위탁한 지자체도 공동 책임"
변호사들은 센터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센터가 아동에 대한 보호·감독 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태일 최지우 변호사는 "40여 명의 아동을 교사 3명이 인솔하면서 스케이트장 내부에 들어가지 않은 점은, 센터 측의 안전관리상 과실을 주장할 수 있는 중요한 사정"이라고 지적했다.
여울법률사무소 배진혁 변호사는 "합의 거부를 이유로 치료비를 취소하거나 부당한 합의서 작성을 강요한 정황은 재판 과정에서 센터 측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 책임의 범위가 센터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위탁계약 등으로 지자체가 수탁기관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해야 할 관계라면 민법 제756조의 사용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며 위탁 기관인 OO시의 공동 책임 가능성을 짚었다.
변호사들은 센터가 제시한 합의서에 대해서도 절대 서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후유증 청구 포기나 비밀유지 조건에 서명하는 순간, 향후 발생할지 모를 추가적인 피해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 범위는 실제 치료비 외에도 향후 치료비,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후유장애에 따른 손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을 포함한다.
윈앤파트너스 김민경 변호사는 "성장기 아동의 골절 사고이므로 향후 성장판, 보행장애, 흉터, 재수술 가능성 등 후유증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