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갚아도 사기?' 용도 속인 친구, 변호사 23인 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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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갚아도 사기?' 용도 속인 친구, 변호사 23인 격론

2026. 03. 12 10:3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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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만원 빌려 용도 속였지만 3700만원 상환...사기죄 될까?

사업 자금으로 빌린 돈을 다른 빚 상환에 쓴 경우 사기죄 성립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AI 생성 이미지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며 7천만 원을 빌려 간 친구가 약속과 달리 다른 빚을 갚는 데 돈을 썼다. 8개월간 꾸준히 3700만 원을 갚았지만, 돈을 빌려준 이는 배신감에 잠 못 이룬다.


친구를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 23명의 의견이 '죄가 된다'와 '안 된다'로 팽팽히 맞선다.


"돈 갚고 있으면 사기 아냐"… 변제 의사·능력이 관건


다수의 변호사들은 친구가 꾸준히 돈을 갚고 있다는 점에서 사기죄 성립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기죄의 핵심은 '처음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가'인데, 친구의 행동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는 분석이다.


김정묵 변호사는 "이 경우, 용도를 속였다고 하더라도 상환 의사와 상환 능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면 사기죄로 고소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친구가 8개월간 3,700만 원을 상환한 사실은 상환 의사를, 사업장 2개를 운영하는 것은 상환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는 것이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형사고소 시 수사기관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것이며, 민사적 해결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용도 속인 것 자체가 기망"… 상환은 양형 참작 사유일 뿐


반면, 과반수의 변호사들은 돈을 갚는 행위와 별개로 사기죄가 이미 성립했다고 해석했다. 이른바 '용도 사기'의 법리가 그 근거다.


백지은 변호사는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려간 행위 자체로 사기죄를 구성합니다. 그 이후에 돈을 일부 갚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액이 줄거나 범죄가 성립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못 박았다. 돈을 갚는 것은 나중에 형량을 정할 때 고려될 '양형 사유'일 뿐, 이미 성립한 범죄를 무효로 만들지는 못한다는 취지다.


윤형진 변호사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린 경우, 만일 진정한 용도를 고지하였더라면 상대방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에 있는 때에는 사기죄의 실행행위인 '기망'이 인정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변제 능력과 무관하게, 돈을 빌려줄지 말지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 근거를 속인 것만으로도 범죄라는 것이다.


"고소만이 능사 아냐"… 실익 따져 민사소송·합의서 고려해야


법리적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더라도, 형사 고소가 반드시 최선은 아니라는 현실적인 조언도 이어졌다. 돈을 돌려받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민사 소송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상훈 변호사는 "실제 대여금 전액 반환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가 변제자력이 있기 때문에 민사소송 및 가압류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며 "통장가압류가 된다면 사업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즉시 반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동훈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변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당장 사기죄로 고소하는 대신, 상대방으로부터 정확한 금액을 정확한 날짜에 지급받도록 합의서를 작성받으시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라고 제안했다.


감정적인 대응보다 채무 변제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문서로 확보하는 것이 피해 회복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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