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안 주면 신고"…유통기한 지난 막걸리의 '역습', 공갈죄일까 정당한 권리일까
"200만원 안 주면 신고"…유통기한 지난 막걸리의 '역습', 공갈죄일까 정당한 권리일까
배탈 손님 신고에 '괘씸'…맞소송 고민한 사장님, 변호사들이 '절대 안 된다'며 말린 이유

유통기한 지난 막걸리를 판매한 편의점 사장은 배탈 난 손님의 200만 원 요구에 공갈죄를 검토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유통기한 지난 막걸리 한 병이 '200만 원 합의금'을 둘러싼 공갈죄 논란으로 번졌다.
배탈이 난 손님은 보상을 요구했고, 편의점 사장 A씨는 "합의금을 안 주면 고소하겠다"는 손님의 말이 되레 협박이 아닌지 법의 문을 두드렸다.
"보험 처리 돕고 있었는데"…사장 A씨를 분노케 한 '뒤통수 신고'
사건의 발단은 단순했다. A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한 고객이 유통기한이 지난 막걸리를 구매했다. 이후 고객은 자신을 포함해 총 4명이 막걸리를 마시고 배탈이 났다며 A씨를 찾아와 항의했다.
A씨는 즉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가입해 둔 영업배상책임보험을 통해 보상 절차를 진행하며 고객을 도왔다.
문제는 그 이후에 터졌다. 원만한 해결을 기대했던 A씨의 바람과 달리, 고객은 구청 위생과에 A씨의 편의점을 신고했다. A씨는 보험 처리를 도와주었음에도 구청에 신고한 고객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느꼈다.
괘씸한 마음에 진행 중이던 보험 청구를 취소하고, 거꾸로 고객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고민에 빠졌다.
'괘씸죄'로 맞소송 가능할까? 변호사들이 '만류'한 결정적 이유
A씨의 고민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소송은 실익이 없다'고 조언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한 A씨의 과실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상 유통기한 경과 제품 판매는 그 자체로 행정처분 대상이며, 이로 인해 고객이 피해를 봤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고, 가게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뿐 승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보험을 통해 신속하게 피해를 배상하는 것이 분쟁을 조기에 끝내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만원 내놔라" 요구, 어디까지가 '권리'이고 어디부터 '공갈'인가
그렇다면 A씨를 가장 분노하게 한 고객의 발언, 즉 '합의금 2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말은 공갈죄나 협박죄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리 법은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며 '합의가 안 되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정당한 권리행사'로 본다.
공갈죄(형법 제350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산을 뺏는 범죄다. 하지만 판례는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수준의 압박을 가하는 것까지 공갈죄로 보지는 않는다.
이번 사건처럼 실제 배탈 피해를 본 고객 4명이 치료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변호사들은 "실제 피해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거액을 요구하거나, 위협적인 방식으로 반복해서 압박했다면 공갈죄 성립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은 숙제, 행정처분…'실수' 인정받아 처벌 줄이려면
고객과의 민형사상 문제와 별개로 A씨는 행정처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식품위생법은 고의든 과실이든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보관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구청에 신고한 이상, 객관적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이 유력하다.
전문가들은 감정적인 소송전 대신 현실적인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행정처분 사전 통지를 받으면 의견 제출 기한 내에 △실수였던 점 △즉시 잘못을 인정하고 보험 처리를 통해 피해 회복에 나선 점 등을 적극적으로 소명해 처분 수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A씨에게 가장 현명한 대응은 보험사를 통해 고객에게 적절한 배상을 하고, 행정처분에 성실히 대응하며 이번 일을 재발 방지의 교훈으로 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