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녀 말에 1500만원 보냈는데…'레벨3 되려면 3000만원 더' 요구, 사기일까요?
소개팅녀 말에 1500만원 보냈는데…'레벨3 되려면 3000만원 더' 요구, 사기일까요?
외환거래로 돈 번다더니 '불법자금' '계좌오류' 핑계로 추가 입금 요구…변호사들 "전형적 로맨스 스캠"

소개팅 앱 여성의 권유로 외환거래에 투자한 A씨는 수천만 원을 추가 입금하는 사기를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소개팅 앱에서 만난 여성 B씨와 연락하며 호감을 키워갔다. B씨의 권유로 시작한 외환거래는 처음엔 순조롭게 수익을 냈지만, 곧 '불법자금 의심', '계좌오류' 등 석연찮은 이유로 거액의 추가 입금을 요구받기 시작했다.
대출까지 받아 1500만 원을 보낸 A씨에게 이제 "레벨 3이 되려면 3000만 원을 더 입금하라"는 요구가 날아들었다. 과연 A씨는 B씨의 말대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아니면 사기 함정에 빠진 걸까?
"베트남 여행 가자"는 말에…대출받아 1500만원 투자
A씨는 소개팅 앱에서 만난 B씨와 연락하던 중, B씨가 중국으로 출장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B씨는 "부업으로 하는 거래가 있는데 VPN이 막혔다"며 A씨에게 대신 거래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A씨가 B씨를 대신해 거래하자 신기하게도 돈이 벌렸고, 출금까지 성공했다. B씨가 호감을 표시하는 가운데 "추천인 5명 이상, 누적거래 5000만원 이상 달성 시 베트남 여행권을 준다"는 사이트 이벤트를 알려주자, A씨는 B씨를 돕고 싶은 마음에 직접 가입해 2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200만 원으로는 누적 거래액을 채우기 힘들어 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500만 원으로 늘렸다. 그런데 '단체 오더'라는 거래에 참여한 직후, 사이트 측은 "불법자금 거래가 의심된다"며 해결을 위해 보증금 1000만 원을 납부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또다시 대출을 받아 1000만 원을 세 번에 걸쳐 입금했다. 그 과정에서 사기 의심 계좌 조회 서비스인 '더치트'에서 계좌를 검색했지만, 피해 이력이 없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계좌오류, 레벨업에 3000만원 필요"…변호사들 "100% 사기, 즉시 중단해야"
최근 A씨는 "문제가 모두 해결됐으니 계정을 새로 만들면 기존 자산을 이전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약속대로 새 계정에는 보증금과 투자금이 복구된 것으로 보였지만, 출금을 시도하자 고객센터는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해 수정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A씨는 자동완성 기능으로 정확한 계좌를 입력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레벨 3이 되어야 진행이 된다"며 3000만 원을 추가로 입금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변호사들은 A씨의 사연이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과 투자 사기가 결합된 범죄라고 진단하며, 추가 입금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소개팅 앱에서 접근해 신뢰를 쌓은 뒤 거래를 권유하고, 보증금·계정 복구비·등급 상향 비용 등을 계속 요구하는 방식은 실제 사기 사건에서 자주 확인되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유 (唯) 박성현 변호사는 "데이팅 앱을 통해 친분을 쌓은 뒤 가짜 외환거래 사이트로 유인해 돈을 갈취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더치트에서 조회되지 않은 것은 사기 일당이 대포통장을 돌려가며 사용하기 때문이며, 추가로 입금하더라도 절대 출금해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계좌번호를 정확히 입력했음에도 오류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기 일당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변경하거나 거짓말을 하여 추가 입금을 유도하는 수법"이라며 "요구하는 3000만원을 입금하더라도 또 다른 이유를 대며 단 1원도 환급해 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보낸 돈, 회수 가능할까? '골든타임'이 관건
변호사들은 피해 회복을 위해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추가 입금을 중단하고 즉각적인 법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우선 추가 입금은 즉시 중단하고 대화내용, 입금내역, 사이트 화면, 고객센터 안내, 계좌정보를 모두 보관해야 한다"며 "가능하면 곧바로 은행에 지급정지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 경찰에 사기 혐의로 신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급정지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사기이용계좌의 거래를 동결시키는 조치다. 범인이 돈을 인출하기 전에 계좌를 묶어야 피해 회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일부 변호사들은 증거를 확보하고 신고 절차를 밟는 동안 사기범들을 안심시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상대방에게 사기임을 눈치챘다는 사실을 알리지 마시고, 최대한 시간을 끌며 대화 내용, 입금 내역 등 모든 자료를 확보해 두셔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