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영상 지워달라 했을 뿐인데…스토킹 피의자 된 대학생, 처벌 피할까?
'몰카' 영상 지워달라 했을 뿐인데…스토킹 피의자 된 대학생, 처벌 피할까?
헤어진 연인 '불법 촬영'으로 맞고소해 반격…'연락의 정당성' 입증이 관건

대학생 A씨는 헤어진 전 남친에게 불법 촬영 영상 삭제를 요구하다 스토킹으로 고소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대학생 A씨는 2년간 교제한 전 남자친구 B씨와 헤어진 뒤, 그가 자신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불안한 마음에 영상 삭제를 요구하며 여러 차례 연락을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영상 삭제 확인이 아닌 '스토킹 피의자'가 됐다는 경찰의 통보였다. B씨가 A씨를 스토킹으로 신고한 것이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차단한 사실을 몰랐고, 그는 연락을 그만하라고 한 번 정도 말한 상태였다. 피해를 막으려던 행동으로 전과자가 될 위기에 놓인 A씨.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영상 삭제 요구가 '스토킹'이 되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행동은 스토킹 범죄로 문제될 소지가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행위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면 처벌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불법 촬영물 삭제 요구라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던 점은 A씨에게 유리하다고 봤다. 하지만 상대방이 연락을 거부한 후에도 연락을 계속한 점은 불리한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그만 연락하라'는 명시적 거부 의사 표시가 이미 있었던 상태에서 연락이 계속되었다는 사실은 이번 사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부분을 축소하지 않고, 왜 그 이후에도 연락할 수밖에 없었는지 조사에서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반복적으로 연락했다면, 수사기관은 그 부분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촬영' 맞고소, 가장 강력한 방어 카드
변호사들은 A씨가 스토킹 혐의를 벗어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 전 남자친구 B씨를 '불법 촬영' 혐의로 맞고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대방의 범죄 행위를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문제 삼아, A씨가 연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라는 취지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전 남자친구가 몰래 촬영한 영상물은 스토킹 혐의 방어 시 강력한 참작 사유가 된다"며 "상대방의 불법 촬영은 스토킹보다 처벌 수위가 훨씬 무겁기 때문에 이를 카드로 삼아 고소 취하와 영상 폐기 합의를 유도하는 전략이 매우 유효하다"고 말했다.
혜검 법률사무소 김혜주 변호사는 "불법 촬영 고소가 이루어져 있으면 '삭제를 요구하기 위한 연락'이라는 방어가 기록으로 뒷받침된다"면서도 "보복성 고소로 오해받지 않도록 순서와 방식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동의 없는 신체 촬영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해당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겁게 처벌된다.
"전과 막으려면 첫 조사 전 변호사 선임이 중요"
변호사들은 전과를 남기지 않으려면 경찰의 첫 조사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조사에서의 진술이 이후의 수사 방향과 최종 처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가호 이진채 변호사는 "제대로 된 방어를 위한 첫 관문이자 경찰과의 첫 대면인 첫 조사가 앞으로의 수사 방향은 물론 재판 단계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사전에 수사기관이 질문할 사항에 대해 미리 연습하여 잘못된 진술을 할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 역시 "경찰 조사 전에 변호사와 상담하여 진술 방향과 제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사건 특성상 초기 조사 내용이 이후 처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혼자 대응하기보다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방어 전략을 준비하라"고 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