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태어나면 강아지 소외된다"며 2세 거부한 남편...이혼 사유 될까
"아이 태어나면 강아지 소외된다"며 2세 거부한 남편...이혼 사유 될까
반려견 수술비 위해 몰래 빚지고 생활비까지 끊어
변호사 "생계 위협할 정도의 과도한 지출은 이혼 사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이를 낳으면 반려견 토리에게 소홀해질 것 같아."
결혼 3년 차 주부 A씨는 남편의 이 한마디에 억장이 무너졌다. 결혼 전 '1년 뒤 아이를 갖자'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고, 남편의 우선순위는 오로지 반려견뿐이었다. 심지어 남편은 반려견 수술비를 마련하겠다며 아내 몰래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했다.
1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반려견에 대한 남편의 과도한 집착과 자녀 계획 거부로 이혼을 고민 중인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법률 전문가는 "반려견 문제로 생계가 위협받거나 부부간 신뢰가 깨졌다면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된다"고 조언했다.
사연에 따르면 A씨 부부의 갈등은 신혼 초 입양한 반려견 '토리'에서 시작됐다. 남편은 매달 50만 원이 넘는 사료·간식비는 물론 비싼 강아지 유치원 비용까지 아낌없이 지출했다. "토리가 질투한다"며 아내와의 대화를 거부하기도 했다.
문제는 반려견이 유전병 진단을 받으면서 심화됐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가 필요해지자 남편은 A씨 몰래 빚을 냈고, 급기야 생활비 지급마저 중단했다. A씨는 "아이 낳는 건 결사반대하면서 강아지에게는 빚까지 내며 올인하는 남편에게 지쳤다"며 이혼 가능성을 물었다.
생계 위협하면 '유책 배우자'
이 사연을 접한 박경내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남편의 행동이 민법상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변호사는 "반려견을 아끼는 것은 가치관의 차이일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생계를 위협할 정도라면 유책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편이 반려견 진료비를 대느라 부양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지적하며 "이는 민법 제840조 제6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남편의 일방적인 자녀 계획 거부에 대해서도 박 변호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임신과 출산을 거부하고 협조하지 않아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면 이 역시 이혼 사유로 참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아지한테 쓴 수천만 원, 재산분할 때 '마이너스' 된다
이혼 시 재산분할은 어떻게 될까. 남편이 반려견을 위해 탕진한 돈은 고스란히 남편의 몫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박 변호사는 "반려견에 대한 과도한 지출은 재산분할 기여도 산정에서 중요한 요소"라며 "생활비를 못 줄 정도로 지출이 과도했고, 이로 인해 부부 공동재산 형성에 악영향을 줬다면 아내 A씨가 더 많은 재산을 분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혼 과정에서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는 반려견 양육권 문제에 대해서도 법적 기준이 제시됐다.
현행 민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되어 양육권이 아닌 소유권 대상이 된다. 박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입양 비용을 지출한 사람이나 주된 관리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된다"면서도 "최근에는 반려견과 배우자의 애착 관계를 고려해 조정 절차를 통해 합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