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등 켜고 추격…경찰 부르자 후진해 도망간 택시, 보복운전 처벌될까?
상향등 켜고 추격…경찰 부르자 후진해 도망간 택시, 보복운전 처벌될까?
차선 바꿔도 따라오고, 멈추자 같이 정차
블랙박스로 신고했지만 합의금 받을 수 있을지 막막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최근 늦은 밤, 서울의 한 다리 위를 운전하던 A씨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했다. 차선을 변경한 직후부터 한 택시가 상향등을 켠 채 7분 동안 끈질기게 뒤따라왔기 때문이다.
A씨가 차선을 바꿔도 택시는 똑같이 따라왔고, 불안감에 차를 멈추자 택시도 뒤에 멈춰 섰다. 결국 A씨가 112에 신고하자 택시는 후진으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A씨는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으로 택시를 신고했다.
이 경우 보복운전으로 처벌이 가능할까? 또 A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합의금을 받을 수 있을까?
7분간의 추격…“상향등 켜고, 멈추면 같이 멈췄다”
사건은 A씨가 다리 위에서 우회전을 위해 우측 차선으로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A씨의 차가 차선에 정상적으로 들어서자마자 뒤따르던 택시가 상향등을 켜기 시작했다.
이후 약 7분 동안 택시는 A씨 차량 바로 뒤를 계속 따라왔다. A씨가 차선을 바꾸면 택시도 똑같이 따라왔고, A씨가 비상등을 켜고 길가에 차를 세우자 택시 역시 뒤에 멈춰서서 A씨가 다시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신호 대기 중에는 더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A씨 차량 옆 차선이 비어있음에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차 두 대가 들어갈 만한 거리를 둔 채 뒤쪽에 계속 머물렀다.
A씨는 극심한 불안과 위협을 느껴 차를 세우고 112에 경찰 출동을 요청했다. 그러자 택시는 정상 진행 방향과 반대로 후진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경찰이 도착했을 땐 이미 택시가 사라진 뒤였다. 이후 A씨는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해 차량 번호를 확보하고 경찰에 정식으로 신고를 접수했다.
직접적인 충돌 위협 없어도 '보복운전' 될까
변호사들은 급정거나 밀어붙이기 같은 직접적인 위협 행위가 없었더라도, 지속적인 추격과 상향등 점등이 영상으로 명확히 입증된다면 보복운전(특수협박죄)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목민 박현익 변호사는 “자동차는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으로 분류된다”며 “7분간 지속적인 상향등 점등, 차선 변경 시 추종, 정차 시 대기 등을 반복한 행위는 충분한 공포심을 유발하는 협박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이 도착하기 전 후진으로 현장을 이탈한 점은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매우 유리한 정황이라고 짚었다.
법무법인 한원 고광욱 변호사는 유사 판례를 들며 “상대방 차량 뒤를 따라가며 상향등을 여러 차례 켜고, 상대방의 차로 변경을 따라 하며 대치한 사안에서 특수협박죄를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합의금은 얼마나? “200만~500만원 선에서 형성”
보복운전 혐의가 인정되면 A씨는 합의금을 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가해자가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합의를 요청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합의금 액수는 정해진 기준이 없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통상적인 범위를 제시했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백종빈 변호사는 “보복운전 사건의 통상적인 형사합의금은 200만원에서 500만원 안팎에서 형성된다”며 “본 사안은 7분간의 집요한 추적과 야간 상향등, 후진 도주 등 죄질이 불량하므로 300만원 선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민사상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며 “접촉·상해가 없다면 우선 300만원 정도를 제시하고, 150만~250만원 선에서 합의되는 경우가 현실적”이라고 봤다.
변호사들은 수사가 진행돼 혐의가 명확해질 때까지 섣불리 합의에 나서거나 먼저 금액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유수 유수빈 변호사는 “우선 처벌 의사를 명확히 하고 수사가 진행된 뒤 상대방이 합의를 요청하면 그때 영상의 위험성, 추격 시간 등을 고려해 조건을 협의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