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갚을 거야" 4년간 핑계만⋯돈 빌려 간 사람과 아들에게 동시 소송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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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갚을 거야" 4년간 핑계만⋯돈 빌려 간 사람과 아들에게 동시 소송 가능할까

2020. 11. 16 15:2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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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채무자의 채무를 면제시키지 않고 제3자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병존적 채무인수'

기존 채무자의 채무를 면제하고, 제3자에게 넘기는 '면책적 채무인수'

변호사 "두 경우가 불명확할 경우, '병존적 채무인수'로 본다"

4년 전 빌려준 돈을 차일피일 미룬 지인. "내가 못 갚으면 아들이 갚을 거야" 당당하게 나오고, 그의 아들도 "갚겠다"는 약속을 해 믿고 기다렸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 /셔터스톡

A씨는 4년 전 지인 B씨에게 7000만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돈을 갚겠다는 약속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더 불안한 것은 B씨가 고령이라는 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빚 상환을 강하게 독촉했는데 그때마다 "돈을 갚을 것"이라며 "내가 못 갚아도 아들이 갚아 줄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기다리다 못한 A씨가 실제로 B씨의 아들에게 연락을 해봤다. B씨의 아들도 "꼭 갚겠다"고 약속을 했다. 서류로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녹음을 해두었다. 그리고 빌려준 돈의 일부를 통장으로 이체받았다.


그런데 얼마 전 B씨가 자신의 집과 땅을 모두 팔아 다른 빚을 갚았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이렇게 되면 B씨는 재산이 하나도 없게 된다.


A씨는 B씨 아들의 말을 믿고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소송을 통해 돈을 받아야 할지 궁금하다.


'병존적 채무인수' 돈 빌려 간 사람, 그리고 그의 아들 두 사람을 상대로 소송 가능

변호사들은 B씨 아들이 "빚을 갚겠다"는 약속을 한 상황은 '병존적(倂存的) 채무인수'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해냄의 조대진 변호사는 "B씨와 B씨의 아들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 소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아들이 '빚을 꼭 갚겠다'고 한 것은 병존적으로 채무 인수를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으로 이유를 설명했다.


병존적 채무인수란 기존 채무자(돈을 빌려 간 사람, B씨)의 채무(빌려 간 돈)를 면제시키지 않고, 제3자(B씨의 아들)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이다. "앞으로 빚에 대한 책임을 채무자와 함께 지겠다"는 취지다.

이와 대비되는 '면책적 채무인수'는 기존 채무자의 채무를 제3자에게 아예 넘기는 계약으로, 이렇게 되면 기존 채무자는 채무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A씨 사례가 어떤 채무 인수 형태인지가 명확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했다. 법무법인 율로의 임영혁 변호사는 "B씨 아들이 '돈을 갚겠다'고 말한 것은 구두계약으로 볼 수 있다"며 "구두계약도 계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채무 인수의 경우 '면책적 채무 인수'인지 '병존적 채무 인수'인지가 불분명할 경우 병존적 채무인수로 본다"고 말했다.


즉, B씨 아들이 '빚을 함께 갚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기에 둘(B씨와 B씨의 아들)을 상대로 소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신광 임선준 변호사는 "B씨의 아들이 일부 변제(돈을 갚음)한 것을 바탕으로 볼 때, 공동 피고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란? 이때 중요한 건 '악의' 입증

더불어 집과 땅을 모두 팔아 다른 빚을 갚은 것은 문제가 없을까. 변호사들은 '사해(詐害)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는 "B씨의 부동산 처분으로 인해 채무초과 상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해행위'란 채권자(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 재산을 은닉·손상하거나 제3자에게 증여해 총재산을 감소시켜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어렵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럴 때 법원에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면 채권자는 채권(빌려간 돈에 대한 권리)을 행사할 수 있다.


법무법인(유)에이스의 이종걸 변호사는 "만약 B씨가 소유 부동산들을 팔아 재산이 없게 된 것이라면 사해행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A씨가 B씨의 '악의(惡意)'를 입증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악의란 '어떤 사정을 아는 것'을 말한다. 사해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았는지 여부가 핵심이라는 취지다.


법무법인 굿윌파트너스의 주명호 변호사도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판매했다'는 것은 원고(소송을 제기하는 사람)가 입증할 책임이 있다"며 "이 사실을 원고가 입증하면 수익자의 악의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

하지만 입증이 쉽지 않다고 본 변호사도 있다. 법률사무소 저스트의 도형욱 변호사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요건은 갖춘 것으로 보이나, A씨가 B씨의 악의를 입증해야 하므로 쉽지 않은 소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덕 변호사 사무소'의 이광덕 변호사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동산을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매각한 경우라면 제3자가 선의(어떤 사정을 모르는 것⋅이 경우 A씨에게 피해가 갈 것을 몰랐다는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선준 변호사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사해행위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이라고 보고 있으니, 서둘러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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