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여자' 채팅방서 보이스톡 했는데…아청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나요?
'07여자' 채팅방서 보이스톡 했는데…아청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나요?
일상 대화가 음란 통화로
아청법·통매음 처벌 가능성 ‘정밀 분석’

‘07여자’ 오픈채팅방에서 보이스톡을 한 남성이 아청법과 통매음 적용 가능성을 두고 법적 논란에 놓였다. /셔터스톡
“심심해서 보톡하자고 했을 뿐인데…” ‘07여자’라는 제목의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성범죄 피의자가 될 위기에 놓인 한 남성.
상대가 미성년자일 수 있다는 불안과 함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과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 처벌 가능성을 두고 법조계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단순 호기심이 불러온 아찔한 상황, 법적 책임 무게는 어디까지일까.
“대학교 이야기하길래 성인인 줄 알았는데…”
사건의 시작은 ‘07여자’라는 제목의 한 오픈채팅방이었다. 익명으로 참여한 A씨는 “심심하면 보톡하자”는 글을 남겼고, 이내 한 여성과 보이스톡을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처음에는 평범한 일상 대화를 나눴고, 특히 상대방이 대학교 이야기를 꺼내자 당연히 성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평온하던 대화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상대방이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음란한 짓 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중간에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서 바로 방을 나갔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사진이나 영상 교환은 일절 없었고, 모든 것은 음성 통화로만 이뤄졌다.
덫이 된 ‘07’…아청법, 미필적 고의 입증이 관건
변호사들은 A씨의 행위가 아청법상 ‘성착취 목적 대화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면밀한 분석을 내놨다. 이 죄는 19세 이상 성인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과 성적 대화를 지속·반복할 경우 성립한다.
법률사무소 유의 박성현 변호사는 “A씨의 경우 '07여자'라는 방 제목을 보았더라도 일상 대화 중 대학교 이야기를 나누어 성인으로 인식할 만한 정황이 있었고, 처음부터 음란한 대화를 목적으로 입장한 것이 아니므로 아청법상 성착취 목적 대화죄가 성립하기는 어렵습니다”라고 긍정적인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07여자’라는 방 제목은 수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복병이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방 제목이 07여자였고, 이후 성적 음성 대화에 참여한 사실이 있다면 수사기관은 최소한 연령 인식 가능성과 통신매체이용음란 여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알면서도 대화를 이어갔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리버티 김지진 변호사 역시 “최근에도 오픈채팅에서 대화로 사건화 등 실제 수사화 되고 있는 사례 상당수 있습니다”라며 현실적인 위험성을 경고했다.
“상호 합의하 대화”…통매음 성립 가능성은 ‘희박’
그렇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는 성립할까? 통매음은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울 목적으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성적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음향을 전달할 때 적용된다.
이 지점에서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이동규 변호사는 “상대방과 사실 상 합의 하의 대화기 때문에 통매음은 적용 자체가 안됩니다”라고 단언했다.
법무법인(유한) 안팍의 오정석 변호사 또한 “이번 사안은 상대방이 먼저 성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이에 동조한 상호 합의 하의 음성 대화에 가깝습니다”라고 분석하며, A씨가 스스로 대화를 중단한 점이 일방적 가해 행위가 아님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들 “섣부른 안심은 금물…기록하고 대비해야”
변호사들은 처벌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하면서도 이구동성으로 대비를 강조했다. 섣부른 안심보다는 만일의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확보하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이도연 변호사는 “지금 당장 해야 할 행동은, 당시 상황을 최대한 상세히 기록해 두는 것입니다”라고 명확히 조언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 또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했다.
그는 “혹시 연락이 오면 임의로 대화방을 복원·삭제하거나 상대방에게 추가 연락하지 말고, 기억나는 대화 경위, 상대방이 성인처럼 말한 내용, 중단 시점 등을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