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1000만원 줄게!" 친구의 약속, 법정 가면 받을 수 있을까
"결혼하면 1000만원 줄게!" 친구의 약속, 법정 가면 받을 수 있을까
술자리에서 한 친구의 호언장담, 법적 구속력은 없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너 결혼하면 내가 축의금으로 1000만 원 쏜다!"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오랜 친구인 B씨가 분위기에 취해 한 말이었다. 주변 친구들은 "나도, 나도!"를 외치며 맞장구를 쳤고, A씨는 그 약속을 굳게 믿었다.
1년 뒤, A씨는 정말 결혼하게 됐다. 하지만 친구 B씨의 축의금 봉투에 들어있던 금액은 10만 원. A씨는 서운한 마음에 "1000만 원 약속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만, 친구는 "그걸 진짜 믿었냐? 농담이지"라며 웃어넘겼다.
A씨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친구의 농담 한마디에 김이 샜지만, 한편으론 궁금해졌다. 과연 이런 '농담 같은 약속', 법적으로 받아낼 방법은 없을까.
법적 구속력 없는 '사교적 약속', 소송 불가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 받아내기 어렵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사교적 의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민법상 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진정한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민법 제527조 등). 즉, '내가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확정적인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친구 사이의 술자리에서 나온 '1000만 원 축의금' 약속은 진지한 계약 체결 의사로 보기 어렵다.
법원은 이러한 사교적 약속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 과거 서울동부지방법원은 "확정적인 의사로 돈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보기 어렵고, 당사자 사이에 확정적이고도 구속력 있는 합의가 성립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금전 지급 약속을 인정하지 않았다(2021. 5. 25. 선고 2019가단110781 판결). A씨의 사례 역시 친구가 '확정적인 의사'를 가지고 약속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
축의금 자체가 법적으로는 대가 없는 증여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법원은 축의금을 "혼인이 성립되는 경우 당사자 내지 양가의 정을 두텁게 할 의도에서 수수되는 일종의 상호교환적 무조건의 증여행위"로 본다(대구고등법원 1978. 4. 7. 선고 77르18 판결). 즉, '주겠다'는 약속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돈이 건네졌을 때 증여가 완성되는 '현실증여'에 가깝다.

따라서 A씨가 친구를 상대로 '축의금 1000만 원 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법원은 약속 상황, 당사자 관계, 금액의 비상식적인 규모 등을 고려해 청구를 기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농담은 농담으로 끝날 때 가장 아름답다. 친구의 호언장담에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는 있지만,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우정에도 금이 갈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금전 약속이라면, 구두 약속보다는 명확한 내용을 담은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