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사건] 10살 아동에게 성착취물 받아낸 남자, 그 동생에게도 마수 뻗쳤다
[그날, 그 사건] 10살 아동에게 성착취물 받아낸 남자, 그 동생에게도 마수 뻗쳤다
10대 미성년자 4명을 문화상품권 등으로 유인해 성착취물 제작
피해자가 촬영 거부하면 "사진 유포한다"는 협박⋯전형적인 n번방 수법
1심 징역 3년→2심 징역 5년으로 가중⋯"배포 안 했다고 감경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날, 그 사건] 10살 아동에게 성착취물 받아낸 남자, 그 동생에게도 마수 뻗쳤다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614238900924131.jpg?q=80&s=832x832)
문화상품권을 미끼로 10대 피해자들을 꾀어내고 약 30여개가 넘는 성착취물을 제작한 남성. 그중 가장 어렸던 피해자의 나이는 10살이었다. /'컬처랜드' 홈페이지 캡처⋅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나라가 발칵 뒤집혔던 2020년 한해. 조주빈 등 n번방의 주요 운영자들이 속속 잡히고, 그들이 법의 심판을 받으며 디지털 성범죄의 끔찍함이 낱낱이 드러났다.
그런데 전형적인 'n번방'식 범행 수법으로 10대 피해자들을 꾀어내고 약 30여개가 넘는 성착취물을 제작한 남성의 사건은 조용하게 묻혔다. 그중 가장 어렸던 피해자의 나이는 10살.
그는 문화상품권을 미끼로 피해자에게 신체 사진과 동영상을 찍게 한 뒤, 성착취물을 손에 쥔 뒤로는 "지시대로 안 하면 다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리고 점점 더 수위를 높였고, 가혹행위도 이어갔다.
급기야는 그는 피해자의 동생에도 마수를 뻗쳤던 것으로 판결문에서 드러났다. 다시 말하지만, 피해자의 나이는 10살이었다.
그의 범행은 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B양(14살)에게 접근해 사진을 찍어주면 "돈을 주겠다"고 꾀어냈다. 수위는 점점 높아졌고, 집요하기도 했다. A씨는 B양과 연락한 4일 동안 무려 20개의 성착취물을 받아냈다.
비슷한 수법으로 C양(15살)에게 접근한 A씨는 아예 대놓고 특정한 성착취물 사진을 보여주며 똑같이 촬영할 것을 요구했다. 그 밖에도 A씨 본인이 생각한 내용을 일일이 지시했다. C양에게선 약 15개의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받았다. C양 이후로 두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D양(10살)은 그중 한 명이었다. A씨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D양의 동생도 이런 촬영을 하게끔 부추겼다.
피해자들이 계속 성착취물을 보낼 수밖에 없던 것은 A씨가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A씨는 피해자들의 실명과 학교 등을 알고 있었다. 피해자와 처음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인적사항을 물어봤다. 이렇게 개인정보를 확보하면 A씨는 돌변했다.
일부 피해자가 A씨의 연락을 차단해도 소용없었다. 이럴 경우 A씨는 다른 피해자를 시켜 연락하게 했고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을 수 없게끔 얽어맸다.
이에 대해 이 사건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재판장 박재우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이 A씨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도록 노예화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세 가지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성착취물 제작과 △성착취물 소지, 아동복지법상 △음란한 행위를 강요한 혐의였다.
A씨는 성착취물 제작에 대해선 부인했다. 제작은 영상물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것인데, 자신의 행동은 그 정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성착취물 제작이 맞다"였다. 지난해 5월,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재판장 최복규 부장판사)은 "직접 아동·청소년의 면전에서 촬영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성착취물을 만드는 것을 기획하고 타인으로 하여금 촬영 행위를 하게 하거나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에 해당한다"는 2018년 대법원 판례를 그 근거로 들었다.
이어 최 부장판사는 "A씨는 (아동·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죄"라며 "촬영된 사진 등에 비춰 보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범죄전력이 없는 점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피해자들의 사진 등이 제3자에게 배포 또는 제공했다는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 유리한 양형사유로 반영돼 징역 3년을 선고됐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 명령도 부과됐다.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이렇게 지난해 9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당시는 "성범죄는 판결을 먹고 자란다"며 법조계를 향한 불신이 커져 온 시기였고, 대법원이 부랴부랴 공백이었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만들고 발표를 곧 앞두고 있던 때였다. 이런 분위기가 법원에도 영향을 미쳤던 걸까.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재판장 박재우 부장판사)는 "오히려 형이 가벼워서 부당해 보인다"고 밝히며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의 입법 목적을 판결문에 언급했다.
"아동을 대상으로 성적 행위를 한 사람을 엄히 처벌함으로써 성적 학대나 착취로부터 아동ㆍ청소년을 보호하고 아동⋅청소년이 책임 있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어 1심 재판부가 '배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인정한 것을 판결문 상당 부분에 걸쳐 꼬집었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 등의 발달로 인하여 일단 제작되고 나면 제작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언제라도 무분별하게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 점, (이에 따라) 제작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제작행위와 배포행위를 구분하여 처벌하고 있는데 배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유로 형을 감경할 수 없다."
더불어 수사를 받던 중 노트북을 부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던 점도 지적했다.
이에 박 부장판사는 A씨에게 형을 2년 늘려 징역 5년을 선고했을 뿐 아니라 5년간의 신상공개도 추가로 명령했다. 1심에서는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상공개는 하지 않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