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한 달 만에 전남편과 동업한 그녀…'심증'만으로 상간 소송 이길 수 있을까
이혼 한 달 만에 전남편과 동업한 그녀…'심증'만으로 상간 소송 이길 수 있을까
사실혼 파탄 후 발견된 전 배우자와 제3자의 '연인 의심' 정황…법조계 "이혼 전 부정행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관건"

사실혼 파탄 후 전남편의 내연 의심 여성에게 상간 소송을 제기하려면 부정행위의 '물증'이 필요하다./ AI 생성 이미지
카톡 디데이, 공동 사업…'심증'은 넘치는데, 법원은 '물증'을 요구했다
이혼 도장을 찍은 지 불과 넉 달, 전남편의 동업자가 의심하던 '그 여자'였다는 사실을 마주한 A씨의 법적 싸움은 한 장의 사업자등록증에서 시작됐다. 3년간의 연애와 1년 반의 사실혼 관계가 파탄 난 것도 억울한데, 전남편은 이혼 전부터 의심했던 여성 B씨와 버젓이 가게를 열었다.
배신감에 시작된 A씨의 싸움은 법의 문턱에서 '증거'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카톡 프로필엔 'D-day', 배달 앱엔 공동대표
지난해 9월, A씨는 전남편과 법적으로 남남이 됐다. 이혼 전부터 B씨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꼈지만, 물증은 없었다.
그러던 올해 1월, 전남편의 가게 오픈 소식을 듣고 배달 앱을 살피던 A씨는 사업자명이 B씨인 것을 확인했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B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전남편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과 함께 'D-day'가 설정돼 있었고, 그 기준일은 두 사람이 아직 사실혼 관계이던 작년 7월 19일이었다.
A씨가 직접 연락하자 B씨는 "7월 19일은 겹지인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날일 뿐"이라며 "유부남인 걸 알고 친구처럼 지내다 이혼 후에 제대로 만나기 시작한 지는 한 달밖에 안 됐다"고 항변했다. 사실혼 관계가 깨지기 전에는 결코 선을 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법조계 "애매한 경우"…결정적 증거가 승패 가른다
A씨의 사연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결정적 증거'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35년 경력의 고순례 이혼전문변호사는 "이혼 전에는 안부 연락만 주고받다가 이혼 후에 제대로 만났다고 한다면 상간 소송 승소가 참 애매한 경우"라고 진단했다.
고 변호사는 이어 "사실혼 해소 전에 두 사람이 주고받은 연락의 내용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확인해야 하고 그 내용에 따라서 외도 여부, 즉 상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간 소송(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부정한 관계를 맺어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사람에게 제기하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기려면,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한 친구 사이를 넘어섰음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친구 사이' 주장 깰 물증 확보가 관건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남편이 유부남인 것을 알면서도 이미 부정한 관계였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A씨에게 있다"며 소송의 무게가 온전히 원고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장휘일 변호사도 "상간녀와 전남편 사이의 다정한 사진과 디데이 언급은 친밀한 관계를 보여줄 순 있지만, 이 사실만으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확정 짓기는 어렵다"며 "불륜을 직접 입증할 수 있는 사진, 애정 표현이 담긴 문자메시지, 제3자의 증언 등을 확보해야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상간녀 소송 대신 '전남편' 상대 위자료는 가능
결국 법정은 A씨의 분노와 고통에 공감하더라도, '심증'이 아닌 '물증'으로 말하는 공간임을 법조계는 재차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이재희 변호사는 다른 길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상간녀와의 통화를 녹음했다면, (그 녹취를 근거로) 전남편을 상대로 사실혼 부당파기에 따른 위자료 소송 승소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상간녀 B씨를 향한 소송의 승패는 불확실하지만, B씨의 발언이 담긴 녹취는 역으로 전남편이 사실혼 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