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정전으로 '찜통' 결혼식 치렀는데…예식장의 적반하장 "일단 끝났으니 된 거 아니냐"
한여름 정전으로 '찜통' 결혼식 치렀는데…예식장의 적반하장 "일단 끝났으니 된 거 아니냐"
결혼식 전 50분간 정전된 예식장⋯한여름 무더위속에서 결혼식 치렀는데
변호사들 "예식장, 채무이행 완전히 안한 것으로 봐야⋯손해배상 책임져야 할 것"

예식 전 거짓말처럼 나가버린 전기.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불이 켜지기만을 기다렸다. 한 번 뿐인 결혼식을 망친 신부 A씨는 그 책임을 예식장 측에 물을 수 있을까. /게티미이지⋅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예식 50분 전, 손님들이 한두 명씩 찾아오던 그 시각. 별안간 신부 대기실이 캄캄해졌다. 그건 깜짝 이벤트가 아니었다. '정전'이었다.
곧 불이 켜지겠지 생각했던 신부 A씨.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불이 들어올 생각은 안 한다. 거기다 점점 내부 온도가 올라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건 당연했다. 지금은 밖의 온도가 30도가 넘는 여름이었기 때문.
찾아오는 손님들의 얼굴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자신을 축하해주러 오는 손님들이 이런 고초를 겪는 게 미안하고 민망한 A씨. 결국 예식장 직원을 찾아 밖으로 나왔지만, 당최 보이지 않는다. 로비에서 손부채질을 하는 손님들과 어색한 눈 맞춤을 할 뿐이었다.
다시 전기가 들어온 건 예식을 불과 5분여 남겨둔 시점. 식장은 이미 찜통으로 변했고, A씨 외 남편이나 가족들은 땀에 흠뻑 젖었다. 화장이 흘러내린 건 당연했고, 예식 진행도 10분이나 밀렸다. 뒤에 예정돼있는 결혼식 때문에 사진은 제대로 찍지도 못했다.
기다리다 지친 손님 대부분은 식사도 없이 축의금만 내고 가버린 상황. 그야말로 결혼식은 정전으로 엉망이 돼버렸다. 자신의 한 번뿐인 결혼을 망친 예식장 측.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예식장과 A씨 부부가 맺은 계약은 '온전한 결혼식'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A씨 부부는 결혼식만 '간신히' 마친 상태다. 장시간 예식장 정전으로 인해 A씨 부부와 가족, 하객들까지 줄줄이 나비효과처럼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도 예식장 측은 "일단은 끝났으니 된 거 아니냐"는 태도로 나오는 상황. 이런 결혼식이라도 원만히 계약을 이행한 거로 봐야 하는 걸까? 변호사들은 이번 사안은 예식장 측이 제대로 계약을 이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예식장 측은 정전이 발생했을 때 별다른 조치도 하지 않았고, A씨에게 마땅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따라서 예식장의 과실로 A씨가 결혼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으니 '채무 불완전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정전으로 결혼식을 망친 부부들이 예식장으로부터 그 피해를 배상받은 사례가 존재했다. 지난 1997년 판결이다.
당시 서울지법은 피해를 본 신혼부부 4쌍과 그 가족 23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서울지법 재판부는 "예식장 측이 돌발 상황에 대비해 자가발전기를 평소 제대로 점검치 않아 사고가 일어난 상황"이라며 "신혼부부들이 준비한 부케와 예복 등이 전혀 소용없게 됐으므로, 이에 대한 모든 비용과 신랑 신부 쪽 부모의 정신적 손해까지 보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소송 대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변호사도 있었다. A씨가 아직 예식장 측에 잔금을 치르지 않았으니, 이를 가지고 피해 배상을 논의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그는 소송을 하기 전에 예식장과 협의해 잔금 금액을 줄이는 등의 방안을 거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