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멍에 벌금 200, 맘카페 낙인 10년 어린이집 폐업시킨 '두 개의 재판'
책상 멍에 벌금 200, 맘카페 낙인 10년 어린이집 폐업시킨 '두 개의 재판'
단순 안전사고가 '업무상과실치상'으로, 허위 글이 '명예훼손'으로
법적 쟁점과 대응 전략 집중 분석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10년간 좋은 평판을 유지해 온 어린이집이 한순간의 안전사고와 이어진 '온라인 마녀사냥'으로 결국 문을 닫는 일이 벌어졌다.
11개월 영아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멍이 든 사고가 법원의 벌금형으로 이어졌고, 한 학부모가 인터넷 '맘카페'에 해당 어린이집을 '아동학대' 기관으로 지목하는 글을 올리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이 사건은 보육 현장의 법적 책임과 디지털 주홍글씨의 위험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사소한 안전 미비도 '업무상 과실' 정식재판으로 감형 노려야
원장 A씨가 받은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상’이다. 11개월 된 영아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멍이 드는 사고가 발생하자 법원은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서면 심리만으로 벌금 등을 부과하는 절차)을 내렸다.
영유아보육법상 어린이집 가구 모서리는 라운딩 처리를 하거나 고무 보호대를 부착해야 하는데, A씨의 어린이집 책상은 라운딩 처리는 되어 있었지만 고무 보호대는 없었다.
법원은 이 부분을 안전조치 미흡으로 판단했다.
법무법인 태강의 정재영 변호사는 “어린이집 운영자는 아동을 안전하게 감독할 의무가 매우 무겁게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영유아를 돌보는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법원이 일반적인 과실 사건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약식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해 법정에서 직접 과실의 정도를 다툴 수 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는 “정식재판에서는 ▲10년간 무사고로 운영한 경력 ▲책상 모서리가 이미 라운딩 처리된 점 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과실의 정도가 경미함을 다퉈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법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사고 이후 즉시 미비점을 보완하고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 역시 양형(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것)에 유리한 요소로 고려된다고 설명한다.
안전사고를 '아동학대'로 왜곡, '허위사실 명예훼손' 고소 가능
벌금보다 A씨를 더 고통스럽게 한 것은 ‘아동학대’라는 낙인이었다. 한 학부모가 인터넷 ‘맘카페’에 A씨의 어린이집을 ‘아동학대 어린이집’이라고 지칭하는 글을 반복적으로 올리면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법무법인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업무상 과실치상은 아동학대와는 명백히 다른 개념”이라며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아동학대 어린이집’이라고 단정해 글을 올렸다면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안전사고를 의도적인 학대 행위처럼 묘사해 어린이집의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다만, 글을 올린 학부모가 ‘다른 부모들을 위한 공익적 목적’이었다고 주장할 경우 법적 다툼이 복잡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판례는 단순히 '다른 엄마들에게 알린다'는 차원을 넘어, 표현 방식이 악의적이거나 비방의 목적이 명백할 경우 공익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고소 전 게시글의 표현 수위와 허위성 정도를 법률 전문가와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원장 A씨의 싸움은 단순히 개인의 명예회복을 넘어섰다.
이번 사건은 갈수록 엄격해지는 보육 현장의 책임 범위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디지털 주홍글씨'의 위험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
법원이 A씨의 두 재판에서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수많은 어린이집 원장과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시선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