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상대 악플 고소? 변호사들 "전부 고소하면 필패"
500명 상대 악플 고소? 변호사들 "전부 고소하면 필패"
"악플 1500개, 모두 법의 심판대에"…현실은 '선별'이 승패 가른다

악성 댓글 대량 고소는 수사기관의 외면, 역고소 위험이 있어 필패 전략이다. / AI 생성 이미지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쏟아진 1,500개 악성 댓글에 분노한 한 시민이 500명에 달하는 작성자 전원을 고소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감정적으로 전부 진행하기보다 실제 처벌 가능성이 높은 댓글을 추리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며 '선별 없는 대량 고소'는 필패 전략이라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무분별한 고소는 수사력 낭비로 이어져 오히려 사건이 가볍게 처리될 수 있으며, 6개월의 고소 기간과 역고소 위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00명, 1500개 댓글 전부 고소"…분노의 질문, 변호사들 답변은?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제가 쓴 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모욕죄에 해당하는 댓글을 작성해서 이들을 모두 모욕죄 등으로 고소하려고 합니다." 한 인터넷 법률 상담 플랫폼에 올라온 이 질문은 500명에 대한 1,500개 댓글 고소라는 엄청난 규모로 변호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질문자는 증거 자료를 대부분 확보했고, 실명인증 사이트라 피고소인 특정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는 검찰이나 경찰이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을 우려해 변호사 선임을 고려하며 효과적인 계약 방식을 물었다.
'전부 고소'는 필패 전략…"수사기관, 감정적 대응으로 치부"
질문자의 단호한 의지와 달리, 변호사들은 일제히 '전부 고소' 전략에 대해 강력한 경고등을 켰다. 500명 규모의 고소는 일반 사건과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며, 무분별한 고소장 제출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도모의 고준용 변호사는 "1,500개의 댓글을 전부 무분별하게 접수할 경우, 수사기관은 이를 단순한 감정적 대응으로 치부하여 조사를 지연시키거나 불송치 결정을 내릴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하영우 변호사 역시 "정치적 표현은 모욕죄 불송치 비율도 상당해 전략적 정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정치적 논쟁 과정에서 나온 다소 과격한 표현을 단순한 의견 표출이나 감정적 반응으로 보고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1,500개 댓글 전체가 아닌, 법적으로 '모욕'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댓글을 정밀하게 선별하는 작업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6개월 시효, 역고소 위험"…계약 방식보다 시급한 변수들
변호사들은 계약 방식 이전에 훨씬 시급하고 중요한 법적 변수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무법인 우선의 조상우 변호사는 "가장 시급한 변수는 모욕죄가 친고죄로서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의 고소기간 제척기간이 적용된다는 점"이라며, 자료를 정리하는 사이 일부 댓글의 고소권이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일부 피고소인 측에서 원글 자체를 문제 삼아 모욕·명예훼손 역고소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질문자의 원글 내용까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섣불리 대규모 고소를 진행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패키지·단계별' 계약이 합리적…엄벌이냐 합의금이냐, 목표부터 정해야
이러한 법적 검토를 거친 후, 고소의 목표에 따라 전략과 계약 방식이 달라진다. 변호사들은 1인당 비용을 책정하는 방식보다는 전체 사건을 묶거나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법무법인 게이트의 허훈무 변호사는 "전체 피고소인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그룹별 묶음 계약'"을, 법률사무소 반석의 최이선 변호사는 "수위나 표현 방식에 따라 군집화하는 패키지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처벌 가능성이 높은 핵심 피고소인 그룹부터 순차적으로 고소를 진행하며 수사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법무법인 청목의 김정호 변호사의 조언처럼, 최종 목표가 '처벌'이라면 가능성 높은 댓글만 추리는 것이, '합의금'까지 고려한다면 일단 전부 고소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결국, 감정적인 대응을 넘어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법률 전문가와 함께 치밀한 '선별' 작업을 거치는 것만이 대규모 악플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