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주, 국밥에 부어 마셨습니다"…음주운전 무죄 이끌어낸 황당 주장, 법원은 왜?
[단독] "소주, 국밥에 부어 마셨습니다"…음주운전 무죄 이끌어낸 황당 주장, 법원은 왜?
법원 "끓는 국에 부은 소주, 알코올 증발 가능성"
뺑소니·무면허 등 혐의는 유죄
누범 기간 범행에 징역 1년 6개월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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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에 소주를 부어 잡내를 없앴다는 운전자가 음주운전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뜨끈한 국밥에 소주 한 병을 곁들인 뒤 운전대를 잡았다가 뺑소니 사고를 낸 A씨. A씨는 뜻밖에도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소주 대부분을 순대국에 부어 잡내를 제거하는 데 썼다"는 A씨의 주장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사건은 2024년 1월 22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당에서 혼자 순대국에 소주를 마신 A씨는 식사를 마친 지 5분 만에 운전대를 잡았다. 얼마 못 가 교통사고를 냈고,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심지어 A씨는 무면허 상태였고, 이전 교통사고 범죄로 인한 누범 기간 중이었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무면허운전 등과 함께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046%로 추정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 "끓는 국밥에 부은 소주, 알코올 상당량 기화했을 것"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제시한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0.046%)를 신뢰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원이 내세운 근거는 세 가지였다.
첫째, A씨의 실제 음주량이 불분명했다. CCTV 영상으로는 A씨가 소주 1병을 다 마셨다고 단정하기 어려웠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소주 대부분을 끓는 순대국에 넣어 잡내를 제거하고, 국물과 함께 먹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주장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알코올의 기화점(섭씨 78도)이 식당에서 막 제공된 순대국의 온도(섭씨 80~90도로 추정)보다 낮다"며 "국에 들어간 소주의 알코올 성분이 상당량 기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알코올을 섭취했는지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운전했다는 점이다. A씨는 마지막 음주 후 불과 5분 만에 운전을 시작했다. 이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기 전, 즉 상승기에 해당한다.
검찰이 사용한 '위드마크 공식'(마신 술의 양, 체중 등을 바탕으로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기법)은 농도가 최고치에 도달한 이후 하강기에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상승기에 운전한 A씨에게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는 것은 부정확하다고 봤다.
뺑소니·무면허는 '유죄'…징역 1년 6개월 실형
음주운전 혐의는 벗었지만, A씨는 결국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법원은 도주치상, 사고 후 미조치, 무면허운전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전에도 무면허운전으로 6회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특히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죄로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누범 기간에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점도 불리한 양형 사유로 작용했다. A씨가 항소심에서 150만원을 공탁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원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참고]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 2024노1616 판결문 (2025. 3. 11.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