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과 주변인에 '낙태·불륜' 폭로 협박⋯항소심서 감형된 이유는?
헤어진 연인과 주변인에 '낙태·불륜' 폭로 협박⋯항소심서 감형된 이유는?
상습 협박·명예훼손에도 실형 면해
'반의사불벌죄' 적용이 판가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헤어진 연인과 그 주변인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협박과 명예훼손을 일삼아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피고인 A씨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여러 범죄 혐의 중 일부에 대해 피해자와 합의한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심 "죄질 매우 불량"⋯징역 4년 선고
A씨는 전 연인 B씨를 비롯해 여러 사람을 상대로 복합적인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에게 과거 낙태 사실을 학교와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유사강간을 시도하고, "음란한 메시지를 보내라"고 강요했다. B씨의 친구이자 교사인 지인에 대해서는 '여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허위 사실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명예를 훼손했다.
또 다른 연인이었던 일본 국적의 C씨에게는 유부녀라는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자신의 신체 사진 등을 찍어 보내게 하고, 이를 유포할 것처럼 협박했다. 또한 SNS에 '불륜녀'라는 글을 게시해 C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일부는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A씨가 수사 중에도 유사한 수법으로 다른 피해자에게 범행을 저지른 점,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며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의 감형⋯피해자와의 '합의'가 결정적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감형의 핵심적인 이유는 피해자 C씨와의 합의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 중 C씨에 대한 명예훼손(사실적시) 혐의에 주목했다.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기록에 따르면, 피해자 C씨는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1심 법원이 공소를 기각해야 할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여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여러 범죄 혐의가 하나의 형으로 선고되었는데, 그중 일부가 법리적으로 무죄(공소기각)가 되어야 하므로 1심 판결 전체를 파기하고 형량을 다시 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A씨는 일부 혐의에 대한 유죄가 인정되면서도, 피해자와의 합의가 참작되어 실형을 면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