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테러'에 폐업 결심… 법은 왜 사장님 편이 아닐까
'민원 테러'에 폐업 결심… 법은 왜 사장님 편이 아닐까
1년간 반복 민원에 무너진 반려견 카페… 변호사들 “업무방해 입증, 높은 벽”

1년간 익명의 '민원 테러'에 시달린 반려동물 카페 사장이 결국 폐업했다. / AI 생성 이미지
손님들의 SNS 사진을 캡처해 1년간 이어진 '민원 테러'. 단 한 번의 행정처분도 없었지만, 반복되는 조사에 결국 폐업을 결심한 반려동물 카페 사장의 사연이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민원 제기 자체는 정당한 권리이기에 '악의성'을 입증하기 전에는 처벌이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정당한 권리와 악의적 괴롭힘,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법은 어떻게 답할까?
“환불까지 발생”… 1년간의 지옥, 결국 폐업
반려동물 동반 카페를 운영하던 A씨에게 지난 1년은 악몽과 같았다. 작년 5월, 한 차례 민원으로 법규를 인지하고 시설을 보완했지만, 이는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지난 3월 관련 법이 바뀌자 민원은 더욱 집요해졌다. A씨는 “저희가 손님들께 말씀드려도 손님들이 강아지를 갑자기 풀어둔다든지, 외부에서 문이 열렸을 때 들어오는 강아지들을 현실적으로 모두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익명의 민원인은 손님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증거로 계속해 구청에 신고를 넣었다. 구청의 현장 실사에서는 단 한 번도 위반 사실이 적발되지 않아 경고 조치로 끝났지만, 반복되는 조사와 해명은 1인 가게를 운영하던 A씨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그는 “구청직원분들과 얘기하다가 손님 메뉴가 못나가서 손님이 환불하고 가버리신 경우까지 생겼습니다”라며 “1년째 반복적인 민원으로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이번에 폐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무방해? 스토킹? “처벌 쉽지 않다”는 법조계
A씨는 스토킹이나 업무방해죄로 민원인을 처벌할 수 있는지 알아봤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민원 제기 자체는 국민의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김도현 변호사는 “신고 내용이 전부 허위라고 보기 어렵고 구청이 실제로 현장 확인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민원인이 허위 사실을 신고했거나, 영업을 방해할 악의적인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업무방해죄를 검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토킹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희박하다. 송인혁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은 개인 간 접근·연락·감시 행위를 대상으로 하며, 행정기관을 통한 민원 제기에는 직접 적용이 어렵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행정기관을 거친 간접적인 행위는 현행법상 스토킹 행위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굴 없는 민원인, 어떻게 잡나… “고소가 첫걸음”
그렇다면 A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가장 큰 난관은 민원인의 신원을 모른다는 점이지만, 방법은 있다.
임현수 변호사는 “민원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시더라도,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면 수사 과정을 통해 상대방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업무방해죄 고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민원인을 특정하는 것만으로도 민사소송 등 다음 단계를 준비할 발판이 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철저한 증거 수집이 우선이다. 조범수 변호사는 구청 민원 접수 내역, 조사 결과 통지서, 영업상 손해 자료 등을 정리해 둘 것을 권했다.
한편, 민원인이 CCTV 제출을 요구할 경우에 대해서는 서명기 변호사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적법한 요구가 아닌 이상 상대방 개인에게 제출할 의무가 없습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