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땄지만… 9년 도박 끊으려는 지금, 전 재산 '몰수' 될까 두려워
5천만원 땄지만… 9년 도박 끊으려는 지금, 전 재산 '몰수' 될까 두려워
인생 역전의 5천만원, 알고 보니 '범죄 수익'이었다

중2 때 시작해 9년간 상습도박을 해온 A씨가 최근 5천만원을 딴 뒤 도박에서 손을 끊기로 했다. 그런데 이 돈이 '범죄 수익'으로 몰수될 가능성은 없을까? /셔터스톡
상습도박 수익금 5천만원… 법원, '자진 치료' 의지 어떻게 볼까
9년 간의 도박 중독 끝에 5천만 원을 손에 쥐었다. 지긋지긋한 빚을 갚고 새 출발을 다짐한 순간, 이 돈이 '범죄 수익'으로 전부 몰수될 수 있다는 공포가 A씨를 덮쳤다. 인생 역전의 동아줄은 과연 구원의 손길일까, 아니면 과거의 족쇄일까.
A씨의 삶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도박과 얽혀 있었다. 처음엔 한 달 100만 원 남짓한 돈이 오가는 수준이었지만, 성인이 되면서 판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군 복무 중에도 손에서 도박을 놓지 못했고, 전역 후 남은 것은 2천만 원의 빚 뿐이었다.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A씨에게 지난 8월 말, 믿을 수 없는 행운이 찾아왔다. 불과 닷새 만에 5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따낸 것이다.
그는 이 돈을 '인생 역전'의 발판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가장 먼저 2천만 원의 빚을 깨끗이 청산했다. 남은 돈은 미래를 위해 적금과 주식에 나눠 넣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심, 지긋지긋한 도박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도박중독치료센터에 상담 예약을 잡았다. 하지만 희망에 부풀었던 것도 잠시, A씨의 마음속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만약 이 수익이 발각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도박으로 딴 5천만 원, '범죄 수익'으로 전부 뺏기나?
법률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 A씨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9년간 이어진 A씨의 행위는 단순 도박을 넘어 '상습도박죄'(형법 제246조 제2항)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문제의 5천만 원 수익금 역시 법적으로는 '범죄 수익'에 해당한다. 서아람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도 '도박으로 얻은 재물은 범죄행위에 의하여 취득한 물건으로서 몰수 또는 추징 대상'이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몰수(범죄에 사용되거나 그로 인해 얻은 물건을 국가가 강제로 거두는 것)가 불가능할 경우, 그 가액을 강제로 납부하게 하는 추징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A씨가 이미 돈을 빚 갚는 데 쓰거나 주식 등으로 전환했더라도 추징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법의 원칙과 현실 적용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윤관열 변호사는 "실제로 도박 참가자의 이익을 일일이 추적해 전액 추징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주로 도박 사이트 운영자나 조직적 범죄에 연루된 경우에 엄격히 적용되며, A씨와 같은 개인 참가자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금액에 한해 일부 추징되거나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는 사례가 많다"고 짚었다.
스스로 끊으려는 노력, 법원은 어떻게 볼까?
A씨가 절망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한 줄기 빛은 바로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가 도박 수익금으로 빚을 갚고, 자발적으로 중독 치료를 시작한 점이 법원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성 변호사는 "스스로 도박 중독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전문기관의 치료를 예약하는 등 진심으로 반성하고 재범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이는 점은 매우 중요한 '양형 사유'(형벌의 수위를 정할 때 참고하는 사정)"라며 "이러한 노력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적극적으로 주장하면 최대한의 선처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상습도박죄로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5천만 원 수익금은 원칙적으로 몰수·추징 대상이지만, 도박을 끊으려는 자발적 치료 노력과 진지한 반성의 태도가 '중요한 양형 사유'로 참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A씨의 미래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단도박(도박을 끊음) 의지'를 얼마나 충실히 증명하느냐에 달리게 됐다. 한순간의 행운이 진정한 새 출발로 이어질지는 이제 법원의 판단과 A씨 자신의 노력에 남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