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보증보험 때문에'…보증금 낮춘 계약서 다시 쓰자는데, 괜찮을까요?
집주인이 '보증보험 때문에'…보증금 낮춘 계약서 다시 쓰자는데, 괜찮을까요?
공동명의→단독명의 변경됐다며 보증금 10%는 차용증으로 대체 요구…변호사들 "세입자에 매우 위험"

집주인이 보증보험 가입을 명목으로 보증금을 낮춘 '감액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것은 세입자에게 위험하다. / AI 생성 이미지
전세로 살고 있는 A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당황스러운 제안을 받았다. 집주인의 공동명의가 단독명의로 바뀌는 과정에서 임대차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계약서의 내용이었다. 집주인은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현재 보증금의 90%만 계약서에 적어야 한다며 '감액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보증금의 10%에 해당하는 나머지 수천만 원은 현금이 없다며 차용증을 써 주겠다고 했다.
A씨는 거액을 아무 담보 없이 빌려주는 셈이 돼 불안했지만, 집주인은 감액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보증보험 가입이 안 돼 더 불안하지 않겠냐고 A씨를 압박했다. A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보증금→일반 빚으로…'감액 계약서'의 위험성
변호사들은 집주인의 제안이 세입자에게 매우 위험한 거래라고 지적했다. 보증금을 감액해 계약서를 다시 쓰면, 서류상 사라진 10%의 돈은 법적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나머지 10%의 금액은 더 이상 안전한 임대보증금이 아니라, 집주인에 대한 단순한 일반 민사 채권으로 성격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심 심준섭 변호사도 "보증금을 90%로 감액하면 나머지 10%는 임대차보증금이 아닌 일반 대여금으로 취급되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해당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이 10%에 대해서는 우선 변제받을 권리가 사라진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임대차 보증금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우선변제권이나 대항력을 통해 강력하게 보호받지만, 단순 차용증은 일반 채권에 불과하여 주택 경매 시 배당 순위에서 밀리거나 아예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보증보험 가입을 위해"…집주인의 말, 사실일까?
변호사들은 집주인의 말만 믿고 섣불리 서명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집주인의 설명이 사실인지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는 "전세대출은행과 보증보험사에 연락해서 이러한 경우 단독임대인과 새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은행과 보증보험사에 교부해야 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공동명의에서 단독명의로 바뀌어도 단독 임대인은 보증금 전액 반환 의무가 있으므로 계약서를 다시 쓸 필요가 없을 수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 역시 "집주인 말만 믿고 서명하면 나중에 허위 감액 또는 보험 청구 제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득이하게 서명한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그렇다면 세입자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까. 변호사들은 감액계약서 작성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봤다.
법무법인 세림 오치원 변호사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감액과 동시에 10%를 실제 반환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주인이 돈이 없다며 차용증을 제안하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계약을 거부하라는 의미다.
만약 불가피하게 차용증을 써야 한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반드시 공증사무소에 가셔서 차용증이 아닌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셔야 한다"며 소송 없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강제집행 인낙' 문구를 포함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공증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차액분에 대해 별도의 담보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집주인의 다른 재산에 대한 담보 확보를 요구하는 방식을 검토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