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아버지에게 신약 임상 실험했는지 알려달라" 아들의 소송, 결과는
"'암 환자' 아버지에게 신약 임상 실험했는지 알려달라" 아들의 소송, 결과는

아버지가 '신약 임상시험 대상'이었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병원에 요청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하자 아들은 소송을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치료를 받다 사망한 환자가 '신약 임상시험' 대상자였는지 알려달라는 유가족의 요구가 있을 때, 의료기관은 이에 따라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으로 명확히 규정되고 있지 않지만,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렸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2010년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A씨의 아버지. B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2015년 사망했다. A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신약을 이용한 치료를 받았던 게 아닌가 궁금했다. 이를 위해 B병원에 아버지가 '신약 임상시험 대상'이었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B병원은 5년 가까이 묵묵부답이었다.
A씨는 이에 정보공개청구에 응답해줄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B병원에 '부작위(不作爲: 마땅히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는 것) 위법 확인' 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박형순)는 B병원이 A씨의 정보공개 청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에서 B병원은 "의료기관은 정보공개법이 정하는 공공기관이나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행정청이 아니므로 유족의 정보공개청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또 "설령 A씨 아버지에 대한 임상시험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투약기록과 같은 자료는 환자의 의무기록으로서 별도로 보관하는 자료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B병원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규정에 따른 공공기관"이라는 A씨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가 이렇게 판단한 이유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제시했다. 의료 정보가 전무하다시피 한 유가족들이 전문가 집단인 병원과 대등한 싸움을 벌일 수 없으니, 정보공개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특정한 임상시험의 대상이 되었는지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가운데 치료 중 사망한 경우, 그 유족인 자녀는 사망한 부모가 '인간 대상' 연구 대상자였는지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고 보는 게 맞는다"고 덧붙였다.
현행 생명윤리법 관련 법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학적 연구 대상이 되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사람의 정보공개청구권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재판부는 '생명윤리법'의 기본 이념에 집중했다. 재판부는 "생명윤리법은 인간 대상 연구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막고 있는 만큼, 개개인에게 임상시험 여부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할 필요성이 크다"며 이를 언급했다.
아울러 "병원에 대한 신약 임상시험 정보공개청구는 환자가 자신도 모르게 임상시험 대상이 되어 인간 존엄이 위협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유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