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켓몬 스티커 뺏은 학폭 가해자? 누명 벗었지만 손해배상은 졌다
[단독] 포켓몬 스티커 뺏은 학폭 가해자? 누명 벗었지만 손해배상은 졌다
법원 "악의적 무고 아닌 오인"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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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사이의 다툼이 3천만 원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졌다. CCTV 영상으로 가해자 누명을 벗었음에도, 법원은 왜 피해를 주장한 아이 측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을까. 한 판결문에 담긴 2년간의 법정 다툼을 들여다봤다.
모든 일은 2022년, 초등학교 1학년 교실과 놀이터에서 시작됐다. A군의 부모는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는다. 아들이 같은 반 친구 B군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당했다는 것이다.
B군의 부모가 주장한 피해는 구체적이었다. "놀이터에서 머리채를 잡아 끌고, 발을 걸고, 팔을 때렸으며, 포켓몬 스티커를 무섭게 달라고 했다.". 결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A군에게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처분을 내렸다. 7살 아들은 공식적인 학폭 가해자가 됐다.
CCTV 한 대가 뒤집은 진실
A군의 부모는 아들의 누명을 벗기 위해 싸움에 나섰다. 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며 진실을 가려달라고 호소했다.
결정적 증거는 CCTV였다. 행정심판위원회는 가장 심각한 폭력으로 지목된 '놀이터 머리채 사건'의 CCTV 영상을 확인한 뒤, 놀라운 결론을 내렸다.
"B군을 폭행한 자가 원고(A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국 A군에 내려졌던 '서면사과' 처분은 1년여 만에 모두 취소됐다. 아들의 누명을 벗긴 A군의 부모는 이제 반격에 나섰다. "허위 사실로 우리 아이와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B군의 부모를 상대로 3천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억울함 때문에 전학까지 가면서 발생한 이사 비용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법원의 다른 잣대 "실수와 거짓말은 다르다"
누명을 벗긴 명백한 증거까지 손에 쥔 A군 측의 승리가 예상됐다. 하지만 인천지방법원 김한울 판사의 판단 결과는 '원고 패소'였다.
재판부는 CCTV를 통해 A군이 놀이터 사건의 가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려면 B군의 부모가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신고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B군 부모의 손을 들어준 이유를 판결문에 이렇게 적시했다.
"피고들(B군 부모)은 B의 진술 등에 따라 B를 때린 사람이 원고(A군)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도 원고가 같은 반 아이들을 자주 괴롭혔다는 다른 학부모와 교사의 진술도 있었다."
즉, B군의 부모가 일부 사실을 오인했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아이가 겪은 일과 주변의 평판 등을 종합해 신고한 행위 자체를 악의적인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법정 다툼으로 번지기 전, A군의 부모가 B군의 부모를 상대로 낸 무고 및 명예훼손 형사 고소 역시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결국 법원은 "피고들이 원고를 무고하거나 허위사실 적시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A군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참고] 인천지방법원 2024가단312695 판결문 (2025. 8. 13. 선고)